“평범한 형제, 조지 플로이드. 당신의 가족은 형제를 그리워하겠지만, 당신의 나라는 형제의 이름을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의 (짓눌린) 목은 우리 모두를 상징했고, 당신이 고통 받는 모습이 곧 우리 모두가 겪는 고통이기 때문입니다.”(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9일(현지시간) 46년의 생을 마치고 고향 텍사스주(州) 휴스턴에 잠들었다. 보름 전, 경찰 무릎에 8분 46초 동안 목을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내뱉었던 그의 단말마는 전 세계로 확산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이날 장례식은 휴스턴 ‘찬양의 샘’ 교회에서 순백의 옷을 입은 유족들과 검은색 정장 차림의 조문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례식장의 무대 옆엔 천사 날개를 단 플로이드의 초상화가 걸렸고, 유족들은 다섯 아이의 아버지이자 친척들 사이에서 ‘슈퍼맨’으로 불렸던 그를 추모하며 통곡했다.
추도사를 한 알 샤프턴 목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이 큰 울림을 준 것은 그가 부자도 유력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면서 “하나님은 버려진 돌을 취하셔서, 이 넓은 세상 전체를 바꿀 운동의 초석으로 삼으셨다”고 고인의 굴곡진 삶을 평가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장례식은 TV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추모 연사들 모두 미국 내 인종차별을 비판하며 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플로이드의 조카인 브룩 윌리엄스는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를 방치해 온 미국의 ‘망가진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영상 메시지에서 플로이드의 딸 지아나를 부르며 “아빠가 세상을 바꾸실 거다. 지금은 인종적 정의를 실현할 때”라고 역설했다. 에릭 가너, 마이클 브라운 등 과거 경찰 폭력에 희생됐던 다른 흑인 사망 사건 유족들 역시 장례식에 참석해 연대의 뜻을 표했다.
장례 의식이 끝난 뒤 플로이드가 잠든 금빛 관은 한 쌍의 백마가 끄는 흰색 마차에 실려 휴스턴 외곽의 메모리얼 가든 묘지로 옮겨졌다. 수많은 시민들이 고인의 이름을 연호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플로이드는 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불렀던 어머니의 곁에 묻혔다. 휴스턴시는 그가 영면에 들어간 이날을 ‘조지 플로이드의 날’로 선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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