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한달 이내에 법을 시행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7월 1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예고한 범민주진영의 기세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중 단체인 홍콩재출발대연맹의 케네디 웡 부비서장은 1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법 제정을 위한 임시회의를 열 수도 있다”며 “한달 안에 법을 만들어 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전인대 상무위가 18~20일 개최된다”고 전했다. 의제에 홍콩보안법이 직접 거명되진 않았지만 인민무력경찰법 개정안, 군무기 거래 조약안 ‘등’으로 명시된 만큼 논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을 전인대 상무위로 위임하는 결정을 한 뒤 불과 2주 새 5차례 이상 의견 절차를 밟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법안을 제정하려면 통상 짝수월에 열리는 상무위 심사를 3차례 거쳐야 하지만 임시회를 열어 횟수를 채운다면 속전속결이 가능하다.
금융ㆍ지역사회ㆍ법조계 등 각 분야 전문가 80여명이 참석한 전날 회의에선 특별재판부 설치에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선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시위현장에서 8,981명이 체포됐고 이 중 1,749명이 기소돼 10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특별재판부가 구성되면 보안법을 신속히 적용함으로써 시위대의 응집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치안총수인 존 리 보안장관도 “경찰 내에 보안법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보안법 제정을 서두르는 건 홍콩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위대는 송환법을 두고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한지 1년이 되는 12일 집회를 시작으로 14일에는 총파업과 동맹휴학 찬반투표를 예고했다. 주권반환 기념일인 내달 1일에는 대규모 집회도 열린다.
민주진영은 특히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차기 행정장관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선거 과반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보안법을 적용해 민주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할 심산이다. 보안법은 시위 단순 가담자까지 처벌이 가능토록 한 만큼 실제 시행되면 유력 후보들이 대거 출마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홍콩의 한 관료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보안법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압박이 거세다”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이 정도의 요구를 받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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