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TOP7을 포함한 화제의 참가자들이 예능을 ‘독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TV조선 ‘아내의 맛’도 예외는 아니다. 트롯맨들의 눈부신 활약은 좋지만 과연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선택인지는 의문이 생긴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을 통해 공개되는 소개글에 의하면 ‘아내의 맛’은 ‘대한민국 셀러브리티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라이프를 찾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기획의도에 따르려면 부부의 일상이 그려져야 하는데, 어린 트롯맨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부부의 소확행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스터트롯’ 열풍이 ‘아내의 맛’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이다. 이때부터 3월까지 ‘아내의 맛’에는 홍잠언과 임도형이 출연했다. 어린 트롯맨들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9세의 홍잠언과 11세의 임도형이 ‘아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건 물론, 두 사람의 일상 역시 프로그램 본연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어린 트롯맨들의 ‘아내의 맛’ 출연은 계속됐다. ‘미스터트롯’ 종영 후인 4월에는 정동원과 남승민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13세의 정동원과 18세의 남승민 역시 프로그램이 내세운 취지와 상관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맛’ 속 어린 트롯맨들은 노래 연습을 하거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또래들이 할 법한 고민들을 털어놨다. 우정이나 순수, 열정 등은 느낄 수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본래 의도인 ‘부부의 소확행’은 이들의 일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미스터트롯’ 열풍 속, 트롯맨들의 ‘아내의 맛’ 등장을 반기는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연의 취지를 잊은 프로그램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청자들 역시 적지 않다. 부부 관찰 예능을 기대하고 TV를 시청했던 이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 역할을 하고 있는 한 포털 사이트의 페이지에는 “애들이 왜 나오느냐.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없다” “제목답게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제목을 바꿔야 한다” 등의 항의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아내’와 ‘부부’를 키워드로 했던 방송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끊임없이 등장하니, 곳곳에서 우려의 말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아내의 맛’ 측이 처음 어린 트롯맨들의 출연을 기획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한 매체는 TV조선 서혜진 국장이 인터뷰에서 홍잠언과 임도형의 ‘아내의 맛’ 출연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아내의 맛’이 TV조선의 유일한 관찰 프로그램이라는 점, 어린 트롯맨들이 커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다는 점을 이들의 출연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지금은 홍잠언 임도형이 ‘아내의 맛’에 첫 등장한 1월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본연의 ‘맛’을 잃은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획 의도에 맞게 초심을 지킬 것인지,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시청률에 집중할 것인지 제작진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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