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탈리아 조각가 박은선(53)씨가 ‘조각 성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시가 주는 최고 조각상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피에트라산타시는 도시의 명성을 빛낸 조각가에게 부여하는 프라텔리 로셀리상의 28회 수상자로 박씨를 선정해 시상했다. 알베르토 스테파노 조반네티 시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이곳 시민이나 다름없는 박은선 조각가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으며 시의 문화 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도시의 예술적 역동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박씨가 처음이다. 동양인으로는 1995년 야스다 칸 등 일본인 조각가 2명에 이어 세 번째다. 박씨는 이날 “25년간 차가운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큰 상까지 받게 돼 뜻깊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피사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피에트라산타시는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 최고 품질의 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카라라산을 끼고 있어 일찍부터 세계 명망 있는 조각가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했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다비드 상’에도 이 곳 대리석이 사용됐다.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1898~1986) 등도 이곳을 작품 활동의 터전으로 삼았고, 최근에는 현대 미술계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도 방문했다.
박 작가는 피에트라산타시에서 대리석과 화강석을 이용해 동양적인 곡선과 조형미가 살아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도 6월 개인전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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