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영오
부장

등록 : 2016.12.26 14:00
수정 : 2016.12.26 14:00

朴대통령 미용시술 흔적 보여준 사진 가장 돋보였다

[12월 독자권익위원회]

등록 : 2016.12.26 14:00
수정 : 2016.12.26 14:00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지면 평가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수정, 윤양미 위원, 강남준 위원장, 허윤, 진성록 위원, 이계성 실장, 정영오 부장. 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보도와 독자권익 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편집 방향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12월 회의가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강남준 위원장을 비롯해 독자위원 윤양미 산처럼출판사 대표, 배수정 CJ오쇼핑 팀장,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변호사, 진성록 연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과 간사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이 참석했다.

강남준

올해 마지막 독자권익위원회 회의를 시작하겠다. 이번 회의는 아무래도 탄핵 정국 보도가 중심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촛불강조ㆍ朴 주범으로 규정…

檢 중간수사발표서 탄핵까지

일목요연한 편집도 인상적

진성록

최근 한 달 탄핵과 국정농단이 우리 사회를 압도한 이슈였다. 11월 20일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표한 것이 주요 분기점이라 생각한다. 한국일보는 21일자에서 1~7면을 할애해 특집으로 다뤘다. 그동안 쏟아진 수많은 국정농단 의혹을 다양하게 시각화해서 한 눈에 파악하기 좋았다. 또 상단 밴드를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로 강조점을 둬 눈길을 끌었다. 26일자에 실린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 인터뷰도 단독기사여서 눈길이 갔다. 탄핵 표결 당일인 9일자 새누리당 소속의원 128명 전화 설문도 발품을 판 기사로 다가왔다. 다만, 탄핵 투표가 있는 날인데 1면이 조금 산만하고 힘이 약했다. 중요한 기사가 있으면 과감한 생략을 통해 시각적으로 단순화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그다음 날 1면은 훌륭했다. 기사의 제목 크기부터 지면의 반 가까이 차지한 촛불집회의 사진, 왼편에는 탄핵안 가결까지의 타임라인 제시 등 깔끔한 구성이었다. 이후 13면까지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특집이 이어지면서, 이 사안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다양한 유관 분야들의 분위기나 이후 판도 변화 등에 대해 폭넓게 잘 다뤄주었다고 생각한다. 12일자 ‘빅데이터로 세상읽기’에서 4차 촛불집회 이후 하야보다 탄핵 언급 비중이 구체적으로 증가했다는 구체적 데이터가 제시돼 흥미로웠다. 탄핵 연관어로 세월호가 국정농단이나 재벌과의 정경유착보다 더 굵게 나타났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현 정국에 대한 분노가 일시적이라기보다 2014년 4월 이후 꾸준히 누적된 분노의 결과였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윤양미

탄핵 정국이 촛불 시위에서 동력을 얻어 국면을 전환, 타계하고 상황을 수습하면서, 탄핵 소추안 가결까지 이루었다고 보고 있다. 촛불이 중요했다. 한국일보에서도 역시 탄핵 정국 보도에서 촛불 민심을 중심에 두고 보도를 해나가서 좋았다. 11월 28일 ‘탄핵 이끄는 촛불 혁명’. 12월 1일 3면 ‘야권에 퇴진 협상은 늪… 유턴 없는 촛불민심 믿고 탄핵 직진’. 12월 2일 2면 ‘탄핵 촛불의 분노, 여의도로 향한다’. 12월 5일 3면 ‘촛불, 역사를 쓰다’. 12월 10일 1면 ‘촛불, 주권을 세우다’. 탄핵 가결 전까지 한국일보의 제목은 이렇게 흘러갔다. 촛불에 비중을 두고 적극적으로 의미부여를 하고 있고, 촛불 혁명 등으로 명명하며 탄핵 정국을 보도해 인상적이었다. 12월 10일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날이었다. 1면에 숫자 1234567, 세로로 정리한 사건 기록은 좋았지만, ‘주권을 세우다’는 것이 촛불을 중심에 둔, 정확한 표현이긴 하지만 선뜻 쉽게 와 닿지는 않았다.

배수정

12월 7일자 김정곤 국제부장이 쓴 ‘편집국에서’ 칼럼 ‘헌재는 대의기구인가’는 헌재의 헌법적 위상과 기반이 취약하다고 짚어줬다. 헌재의 구성 자체가, 집권당과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그 부분을 한국일보에서 처음 짚어 줬다. 12월 12일자 1면은 아쉬웠다. ‘국민 70%, 헌재 결정전 박 사퇴해야’라는 여론조사를 톱으로 썼는데, 한발 늦은 메시지라는 생각이다. 탄핵이 가결된 이후이기 때문에 어떻게 정국이 흘러갈지, 어떻게 가는 게 바람직한지가 더 궁금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기사는 4면, 5면에 배치됐다. 헌재가 과연 탄핵을 인용할까, 이 부분이 오히려 더 궁금한 사안이었다. 반면 같은 날 2면 ‘광장 집회를 이끈 얼굴들’ 기사는 발로 뛴, 차별화된 기사였다. 온라인에서 반향이 상당히 컸다. 탄핵 가결 이후 보수 매체와 진보 매체의 보도 태도가 달라졌다. 12일자가 분수령이었다.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1면이 너무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느낌이 들면 불편하다. 우리 언론이 현재 너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앞세운다.

의미있는 단독 보도 많았지만

단발성… 거시적 기획은 없어

허윤

12월 14일자 한국일보 단독기사인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은 무려 4만장의 사진을 꼼꼼히 조사해 얻은 결과물이다. 저 사진이 나오기 전에는 의혹, 가능성만 있었다.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한국일보 사진을 들고 질의했다. 14일자 신문에 읽을거리가 많았다. 작은 단독까지 포함해서 4개나 됐다. 그중 하나가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가 최순실씨 측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인데, 황 대표가 현대그룹의 ‘막후실세’로 불린 만큼 삼성에 이은 현대그룹과 최순실의 커넥션에 대한 기사다. 후속 기사가 기대된다. 11월 29일자 ‘휴대폰 바꾸고 문서 파기… 우병우 라인 검사들 흔적 지우기’도 의미 있는 단독이다. 이렇게 검찰 내에 누가 우병우 라인에 있었는지를 계속 추적하다 보면 검찰 수사 결과, 특검 수사 결과, 헌재의 방향이 우리의 예상과 다를 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지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단발성 보도에 매몰돼 탄핵 이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거시적 기획이 없다는 점이다. 탄핵 이전에는 동일하게 발을 맞추던 진보와 보수 언론들의 이후 대응이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일보는 중도 입장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게 필요하다. 일부 국회의원의 자질 논란과 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등 대의민주주의 보완과 직접 민주주의 성숙을 위한 대안 마련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으면 한다.

강남준

12월 9일자 1면 여론조사에서 미정과 표명 거부를 43명으로 함께 묶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분석하자면, 미정 12명과 답변ㆍ표명 거부 23명은 사실상 다른 입장이다. 표명 거부는 의도적일 수 있다. 중요한 여론조사일수록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한다. 정부, 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 그렇다. 신뢰가 있어야 국민이 권력을 인정한다. 한국일보가 나서 탄핵 이후 국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기획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계성

12월 12일자 1면 여론조사 기사는 탄핵 가결 이후 처음으로 한 여론조사다. 탄핵안 가결 이전에 ‘질서 있는 퇴진’과 ‘탄핵소추’ 두 가지 길이 존재했다. 탄핵이 최종 인용되면 2개월 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준비가 촉박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미리 자진 사퇴 시기를 분명히 하면 정치 일정이 투명해지고 각 정당의 대비도 수월해진다. 그 부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생각을 물어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민주주의 성숙을 위한 대안 등

탄핵 이후 사회가 나아갈 방향

중도 언론 입장서 제시했으면

윤양미

12월 14일자 ‘세월호 구조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이라는 기사는 2면까지 얼굴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미용시술 흔적이 잘 보이도록 실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을 대통령이 밝히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어떻게든 접근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한국일보가 성과를 거뒀다. 같은 여성으로서 시술 흔적이 크게 나오는 것은 편치 않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사진을 옆에 넣은 것도 잘 배치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사진은 사진설명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이라는 게 문제다. 17일자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국회 전쟁에 화난 시민들’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 국회가 다시 이전 투구하는 모습에 국회의원에게도 국민발안제나 국민소환제 등을 적용해서 시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나 강화를 제안하는 기사였다. 현재 일종의 시민혁명이 진행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기획이 필요하다. 한편 탄핵정국을 보도하며 한국일보는 곳곳에서 세월호 관련된 사진과 기사들을 싣고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본다. 한국일보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 중에 또 하나는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다. 이에 대한 보도 비중이 크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줘서 유용했다.

진성록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국회 정쟁에 화난 시민들’ 기사는 근거 없이 정치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화난 이유로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와 비정규직 해결, 정경유착 해소 이 세 가지를 예로 들었다. 탄핵된 지 1주일 된 시점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안이 탄핵 1주일 만에 변화가 일어날 사안이 아니다.

배수정

탄핵 전과 후 논조가 달라진 언론이 많다.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노선을 강요한다. 불편하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이다. 균형을 잡고 과도하게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올해 이슈 중 사회적으로 특이했던 현상이 ‘여혐’에 대한 문제다. 여혐이 처음으로 이슈화된 시기에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나왔다. 미용 시술이 뉴스에 난무하고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논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서 사회적으로 여성 인력에 대한 폄훼가 일어나지 않게 언론이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

진성록

11월 17일 15면 한국일보 단독 기사, ‘승마의 ‘승’도 모르는 경찰이... 경기 다음날 심판장 소환 가능한 일인가’ 는 정유라를 이긴 후 외압 시달린 승마 유망주 김혁 씨 부친과의 인터뷰 였는데, 정유라에 의한 직접적 피해자를 조망함으로써 당면 문제를 입체적으로 잘 부각해주었다.

허윤

이명박 정권의 경제사령탑이었던 강만수 전 산은행장에 대한 한국일보의 꾸준한 보도 및 단독기사가 눈에 띈다. 대우조선 비리의혹 규명 또한 중요한 문제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언론은 이 이슈를 추적하고 있지 못했다. 대우조선 비리, 4대강 문제 등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추적과 관심이 필요하다.

정리=정영오 여론독자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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