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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김종인, 마지막 강연에서 기업인 달래기… 왜?

입력
2016.08.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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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김종인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김종인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현 제1야당의 수장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기업인들을 상대로 ‘경제 특강’에 나섰습니다. 4ㆍ13 총선 전 극심한 야권 혼란 속에 ‘해결사’로 정치권에 복귀한 김 대표의 다사다난했던 야권 정치인으로서의 1막이 내려진 셈입니다.

‘직업’ 정치인이 아닌 김 대표의 피날레는 다른 당 대표들과 달랐습니다. 그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를 주제로 조찬 강연을 열었습니다. 단순히 보자면, 자신의 주전공인 경제민주화를 마지막까지 이슈화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통상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던 김 대표의 기존 발언과 같은 듯 다른 어조로 이어졌습니다.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말했지만, 무엇인가 달래고 안심시키려는 어조가 강했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 강연의 인사말을 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 속에서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박 회장은 이날 “제가 지난 6월, 김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직후 국회를 방문해 대표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며 “그 당시 연설을 보고 많은 기업들이 우려를 해서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날 자리를 가지자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경제민주화는 로비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한 입법 과제로 ▦재벌 총수 전횡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를 보장한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을 꼽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가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업인들의 입장에선 문맥상 ‘거대 경제세력’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이라 충분히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보낸 강력한 메시지가 공개되자, 기업인들이 먼저 김 대표에게 “그 배경을 설명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김 대표의 강연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3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찾는 등 성황을 이뤘습니다.

김 대표도 기업인들의 불안을 달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쪽에선 ‘재벌개혁을 하자고 한다, 재벌해체 하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경제인 옥죄는 뜻에서 경제민주화 하자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제 활력을 집어넣고 안정적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 만들자는 취지일 뿐”이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도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에서 파생된 현 한국 경제의 나쁜 구조들을 해소해 새로운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자는 것이지, 특정 기업에게 해를 끼칠 성격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김 대표가 한 시간에 걸쳐 열 띤 강연을 펼쳤지만, 기업인들은 마지막까지 경제민주화의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강연 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한 기업인은 “경제민주화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번역상 ‘민주화’가 들어있어 거부감은 있다”며 “경제합리화나 선진화 등 좋은 말이 있는데 왜 민주화인가”라고 질문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 체제에선 권위주의에 반대해 민주주의가 나온다”며 “한국 자본주의 발전체제를 볼 때, 부가 사회 모든 측면을 (권위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경제도 민주화해야 된다는 취지이지, (단어 자체를) 크게 의미 있게 둘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기업인 ‘달래기’와 동시에 정치 지도자의 경제민주화 의지도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하려는 제도적 장치가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져도 이를 실천하려는 정치 지도자의 의지와 신념이 없으면 경제민주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포용적 성장’에 대해선 “경제민주화를 통한 제도적 장치 이뤄지지 않고는 포용적 성장은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인들 앞에서 다소 톤 다운을 했지만,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는 경제민주화를 현실화시키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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