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촉구 성명서 잇따라 발표
노조도 “15일까지 국장 바꿔라”
‘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관련해 공영방송 KBS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 했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거센 가운데 “고대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KBS 구성원 700명 가량이 “고 사장의 퇴진만이 무너진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라며 실명을 내건 성명을 발표해 고 사장 진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지난달 30일 KBS 29기 이하 기자 323명은 ‘KBS의 미래를 위해 고대영 사장은 물러나 주십시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단군 이래 최대 국정농단 사태에 KBS는 무력하고 무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KBS가 침몰하는 줄도 모르고 사장 놀음에 빠진 고대영 사장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입사 14년 이하 기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후배들은 자조 섞인 얘기로 ‘우리조차 KBS 뉴스를 보기 부끄럽다’고 말한다”며 “지금까지 KBS가 망가지도록 권력에 심취했다면 그 책임을 당당히 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6일과 28일에도 KBS 입사 15년 이상 기자 104명과 PD 273명은 각각 성명을 내고 “국정농단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감시의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정권의 구린내를 가리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기에 급급했다”며 고 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가 최근 시청률 10%대를 전전하는 반면 JTBC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약진하는 상황도 KBS 구성원들에겐 뼈아프다. 특히 JTBC ‘뉴스룸’의 경우 지난해 10월 태블릿 PC 입수 보도 이후 시청률이 지상파 방송사 뉴스를 앞선 건 물론 최근 선호도 1위(한국갤럽 조사) 뉴스 채널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일 ‘뉴스룸’의 신년특집 대토론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는 종편 역대 최고 시청률(11.89%ㆍ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KBS 기자는 “KBS가 아니라 JTBC에 수신료를 줘야 한다는 기사 댓글에 한숨이 나왔다”며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KBS는 지난달 30일 이선재 신임 보도본부장을 임명하는 등 본부장 3명을 교체했다. 하지만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4일 “이 본부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보도국장으로 보도본부장이던 고 사장과 함께 정권 비호와 불공정 보도로 일관해 온 인물”이라며 “(이 본부장 임명은)계속해서 최순실과 친박 일당들을 비호하는 뉴스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국장 등 보도책임자들 교체와 9시 뉴스를 통해 국정농단 감시 소홀을 사과하지 않으면 전면 쟁위 행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사측에 촉구했다. 양대 노조는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다음날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파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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