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ㆍ민주당 소속 의원 4명
佛ㆍ伊 8박10일 일정으로 출국
칸ㆍ니스ㆍ베니스 등 관광지 일색
“주민들은 복구 사투 중인데…”
22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충북지역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의원들이 18일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충북도의회가 17일 ‘충북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낸 터라 “도의회가 하루 만에 도민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이 비등하다.
충북도의회는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박봉순·김학철·박한범(이상 자유한국당), 최병윤(더불어민주당)의원 등 4명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2개국을 8박 10일 동안 돌아보는 연수를 위해 18일 오후 2시 인천공항을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도의회사무처 직원 3명과 도청 관광항공과 직원 1명도 동행했다. 같은 행정문화위 소속 연철흠(더불어민주당)의원과 이언구(자유한국당)의원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연수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연수 비용은 총 4,793만원으로 1인당 55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들 의원의 방문지 대부분이 관광지 일색이어서 나들이성 외유라는 지적이 많다. 연수단은 파리 개선문을 거쳐 칸, 니스, 모나코 등 프랑스 남부 지역을 거쳐 제노바, 피사,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등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연수에 앞서 도의원들은 국외연수 계획서에서 ‘문화 선진국의 예술·축제·건축 등 문화산업 현황과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정에 적용하고 의정 연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연수 목적을 적었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폭우로 청주를 비롯한 충북도내 6개 시·군 주민들이 복구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들이성 외유를 떠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물난리를 겪고 있는 도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지난 16일 시간당 9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충북에서는 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충북도가 이날 오전까지 집계한 도내 재산 피해액은 172억 2,000만원에 이른다.
연수 시기와 비용을 놓고도 “적절치 않았다”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 국외연수의 경우 대부분 비수기에 실시되는 게 보통인데, 여름 휴가 성수기인 7월 하순에 계획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청주 S여행사 직원은 “관광객이 적은 여행 비수기에 연수를 추진했다면 적어도 1인당 경비를 400만원 이하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연수를 최고 관광 성수기에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탄핵 등으로 연수가 연기됐고, 하반기에는 행정사무감사 등 일정이 많아 하는 수 없이 7월 일정을 잡았다”며 “3개월 전에 일정을 잡은데다 일정을 취소하면 1인당 250만원 정도의 위약금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연수를 강행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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