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3~5월 넉달 동안 집중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자가 이 기간 동안 몰리는 까닭이다. 2013년 통계청 월별 자살현황 통계에 따르면 자살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3월로 1,387명(9.6%)에 이른다. 이어 4월에는 1,255명이, 5월에는 1,349명이 목숨을 끊었다. ‘생명이 움트는 봄에 역설적으로 자살이 증가한다’고 한 에밀 뒤르켐(‘자살론’ 저자)의 지적이 적중한 셈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왜 사람들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봄’이란 계절요인을 지적한다. 서정석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움츠릴 수밖에 없는 겨울철보다 일조량이 증가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는 봄에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통계를 보면 11월에는 1,034명이, 12월에는 936명이 자살해 봄철과 대조를 이뤘다. 이지연 인천대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는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면 자살할 힘도 없게 되지만 봄이 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생겨 자살충동이 발생한다”고 했다.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봄이 되면 남들처럼 밝고 왕성하게 활동을 하지 못해 우울하고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환경적ㆍ계절적ㆍ생체적으로 변화되는 봄에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홍진표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여건이 되지 않아 사회활동을 못하거나, 우울증상이 있는 사람은 봄에 오히려 더 좌절감,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며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봄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증가한다”고 했다.
유독 봄철에 증가하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홍 센터장은 “갑자기 외부활동을 줄이거나 거부하고 가족, 지인들에게 ‘괴롭다’ ‘힘들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자살시도 경력이 있다면 봄철 정신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홍 센터장은 또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질책하거나 강요를 하면 무기력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대화를 많이 하고 산책 등 가벼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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