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주관한 해외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선배들로부터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6주간 치료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반면 가해학생들은 출석 정지 6일 처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인천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연수구 모 중학교 1학년 A(13)군은 지난해 10월 17~21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B(15)군 등 3학년 선배 2명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 돈도 빼앗겼다.
A군은 귀국 후 하루 등교했으나 곧 병원에 입원했고 뇌진탕 등으로 6주간 치료를 받았다. 학교폭력 신고를 받은 학교 측은 지난해 11월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학생 2명에게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가해학생 측은 “가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1일 재심을 받아들여 가해학생들은 출석 정지 6일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조정위원들이 전학 조치는 과하다고 판단해 재심 청구를 인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문화교류 프로그램에는 1~3학년생 40명이 참가했고 교장과 부장교사, 상담교사 등 3명이 동행했다. 학교 측이 귀국 후에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관련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0여명이 선배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등 강요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은 해당 학교 교장에게 경고, 인솔 교사 2명에게 주의 처분을 각각 내렸다. 경찰은 상해 혐의로 B군 등 가해학생 2명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학생이 내색을 하지 않고 학교폭력보다는 장난에 가까운 행위도 있어 인솔교사들이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학교폭력을 예방하지 못해 죄송하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으로부터 계속 격리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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