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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원작보다 맛이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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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원작보다 맛이 없는 이유는?

입력
2015.07.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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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심야식당'
SBS '심야식당'

SBS 드라마 ‘심야식당’이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5일 0시 10분부터 방송한 ‘심야식당’ 1부는 심야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3.8%(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연이어 방송한 2부는 3.3%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대 방송한 프로그램들 중 가장 높은 수치인데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심야식당’은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서울 종로의 후미진 골목에서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하는 심야식당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30여분 길이의 짧은 드라마로 매 회마다 메뉴 하나를 정해 관련된 손님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식당 주인이자 요리사인 마스터 역은 김승우가 연기한다. 일본 드라마판과 영화판에선 마스터 역으로 고바야시 가오루가 출연했다.

5일 첫 선을 보인 ‘심야식당’ 1, 2부에선 ‘가래떡 구이와 김’, ‘메밀전’을 소재로 식당 손님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남태현은 1편에서 가래떡 구이를 좋아하는 건달 류씨(최재성)에게 도움을 받는 가난한 아르바이트생 민우 역으로 출연했고, 심혜진은 2부에서 왕년의 스타 배우 정은수 역을 맡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배우 지망생 유정(차두리)에게 조언을 건넸다.

‘심야식당’은 일본 드라마와 대체적으로 유사한 구도를 취했다. 좁은 골목길 안에 위치한 목조건물, 주인공을 3면으로 둘러싸는 바 형식의 테이블, 가족처럼 모이는 단골 손님들, 특별한 메뉴 없이 주문 받는 대로 요리하는 셰프 등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옮겼다. 상처 받은 사람을 요리로 위로하는 것도 원작과 같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도 일본판 드라마와 흡사하다.

SBS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마스터 역을 맡은 김승우. SBS 제공
SBS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마스터 역을 맡은 김승우. SBS 제공

한국판 ‘심야식당’에서 황인뢰 PD는 자신의 특징인 느리고 정적이며 차분한 연출을 선보였다. 원작의 정서와 흡사하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한국적 색채를 입히지 못한 각색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인데도 일본의 색깔이 강해 한국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심야식당이라 할 수 있는 포장마차와 전혀 다른 실내 분위기도 그렇고 음식 메뉴도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인공을 마스터로 부르는 설정이 어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판 드라마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드라마의 출연진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조화를 이루는 반면 한국판은 첫 회부터 삐걱거렸다. 아이돌 가수인 남태현의 어색한 연기를 거론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음식 레시피에 대한 소개가 일본 드라마판에 비해 적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낸 시청자도 있고, 일본 드라마의 인테리어를 가져올 거라면 낡고 친근한 느낌까지 챙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국판 ‘심야식당’은 요리 자체에는 불친절한 편이다. 또 내부 인테리어도 신장 개업한 식당처럼 깔끔해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성공한 예도, 실패한 예도 많다.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직장의 신’과 ‘꽃보다 남자’, ‘하얀 거탑’의 한국판 등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를 각색한 ‘내일도 칸타빌레’, ‘결혼 못하는 남자’ 한국판 등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외국 원작을 각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에 담긴 재미있는 설정과 보편적인 정서를 보존하면서도 자국의 색채를 잘 입히는 일이다. ‘심야식당’이 한국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좀 더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할 듯하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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