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디자이너 서정화·소동호
장인·소목장들과 협업… 한국적 디자인의 생활용품 선봬
공간인테리어도 한옥 스타일로
한국 전통의 멋이 생활용품의 디자인으로 되살아난다. 한옥 생활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통 공예기법을 현대 생활용품에 결합시키는 디자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디자이너 서정화는 완초공예를 원형 탁자나 의자 위에 얹는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완초공예란 강화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한해살이 식물 왕골(완초)을 건조시킨 다음 엮어 생활용품을 짜는 공예다. 완초공예가들은 직접 기른 왕골을 실로 엮어 방석이나 돗자리를 만드는데 이것이 유명한 강화도 전통 공예품 화문석(花紋席)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고가의 생활용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사라진 추억의 물건이다. 서정화는 “현대에는 입식 생활이 정착해 완초공예의 방석이나 돗자리는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다”며 “완초공예를 현대적 생활공간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화문석을 붙일 수 있는 가구 구조를 디자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용적인 의자를 주로 제작해 온 디자이너 소동호는 전통 목가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낙동법’이라는 기법에 주목했다. 낙동법은 오동나무의 희고 무른 표면을 인두로 지져 짙고 단단하면서도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재로 만드는 기법이다. 소동호는 방충과 방습이 좋은 오동나무를 바닥재, 벽재는 물론 가구 재료로도 사용 가능한 현대적 목판자재 ‘낙동 플레이트’로 재구성했다. 그는 “낙동법을 거친 목재의 색이나 질감이 기품 있고 아름다워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디자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발굴 및 확산’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것이다. 둘 다 그냥 전통 공예의 겉모습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전통 장인과 협업해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소재의 구성’이라고 이름붙인 서정화의 디자인은 강화도의 완초공예 장인이 의자와 탁자의 윗부분을 장식하는 화문석을 직접 짜서 전달하면 서정화가 이를 받아 가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소동호 역시 소목장과 옻칠장인과 협업해 낙동 플레이트를 제작했다. 그는 “전통적 감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을 할 때는 전통공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당선작으로 한국 전통부채를 조명 장식으로 사용한 서현진의 ‘륜’, 한국의 전통 매듭만으로 항아리나 접시 받침대 등을 만든 박진오의 ‘사물’ 연작 등이 있다.
한국적 디자인으로 건물 인테리어를 하는 진흥원의 한국적 생활공간 시범조성 사업에서 울산 중구 보건소 3층 치매지원센터에 한옥을 연상시키는 목조 마루가 설치되기도 했다.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가 디자인한 것으로, 치매 노인들의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모노콜렉션 디자이너 장응복은 10월 세계 대나무 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전남 담양군의 담양문화회관 로비에 천연 대나무로 뒤덮은 조명과 벽지를 설치했다. 담양군청은 문화회관 건물의 다른 부분에도 2차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진흥원은 디자인 공모전은 올해 상반기에 끝내고 한국적 생활공간 시범조성 사업은 하반기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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