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수놓은 태극기 인증샷
광복절 맞아 자발적 사진 업로드
일부선 “청년세대 놀이일 뿐”
서울 한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윤명희(27ㆍ여)씨는 광복절인 15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가 적힌 태극기 사진을 올렸다. 국가유공자 정부지원금 출납업무도 담당하는 윤씨는 “최근 유공자 한 분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며 “광복절 아침에 느낀 감정을 SNS 저장해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투표, 맛집, 해외관광 등에 이어 애국심이 인증샷(행동을 증명하는 이미지나 사진)의 새 키워드로 떠올랐다. 광복절을 맞아 각종 SNS는 다양한 태극기 사진으로 수놓아졌다. 이른바 온라인 태극기 게양이다. 해마다 광복절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가정에 태극기 달기를 독려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현상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이날 낮 800여세대가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65가구에 불과했다. 오프라인에서 태극기 달기가 시들해지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2,108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9.2%는 아예 ‘집에 태극기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온라인 태극기 게양이 각광받는 이유는 전파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태극기 사진을 올린 직장인 박선경(28ㆍ여)씨는 “아파트 발코니에 태극기를 달까 고민도 했으나 더 많은 사람들이 광복절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SNS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생 정은지(16)양은 “요즘은 국경일을 단순히 공휴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내 인증샷을 보고 사람들이 태극기를 게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태극기 게양이 애국심 고취와는 무관한 청년세대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임모(30)씨는“평소 헬조선, 흙수저를 외치다가 광복절에만 태극기 사진을 올리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양 포장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으로 퍼진 태극기 게양 열풍은 SNS의 특성인 군중심리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노란 리본 달기 운동처럼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파급력이 강하다”며 “광복절과 애국심, 젊은층의 적극적 소통 방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버무려져 사회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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