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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 획일적 재정지원 사업이 부른 梨大 점거농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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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 획일적 재정지원 사업이 부른 梨大 점거농성 사태

입력
2016.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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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이 대학 본관에서 5일째 점거 농성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 등이 갇히는 사태가 발생하자 30일 학교측 요청으로 경찰 병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교수와 교직원 5명은 46시간 만에 풀려났으나 경찰과의 충돌로 일부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 들어 대학 학내사태에 경찰 병력이 투입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학교측이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한 게 발단이다. 성인과 직장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기존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담당하던 평생학습을 대학의 정규 단과대학에 흡수한 것이다. 학점만 따는 것이 아니라 4년제 대학의 정규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교육부는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이화여대 등 10곳을 선정했으며 연간 30억 원씩을 지원할 방침이다.

가정형편 등 개인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비정규직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사업 취지는 의미가 있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자가 늘어나면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평생학습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 정규학위를 취득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유인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대학이나 교육전문가, 학내 구성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도 학생들이 단과대학 신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학생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없었다. 학생들이 28일 농성을 시작한 것도 당일 대학 측이 단과대 설립을 통과시키려 한 때문이었다. 신설 전공과목 중 상당수는 이미 개설돼 있다. 전공 중복에 의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학생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평생교육 사업이 산업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학을 단순한 취업훈련소로 전락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의 교육권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밀실에서 결정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의 획일적 대학재정 지원사업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화여대의 무리한 사업 추진도 교육당국의 재정지원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프라임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됐듯이 교육당국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길들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학들도 장기적 발전은 뒷전이고 사업 따내기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다. 돈줄을 쥐고 대학을 흔드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이화여대 사태와 같은 반발과 부작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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