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고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가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그의 혐의는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6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달러(약 68억원)를 비롯해 모두 11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자신이 실소유주인 다스에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다. 재판에서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겠지만 혐의가 인정되면 1심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된 박 전 대통령 못지 않은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 수익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돌아간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뇌물을 챙긴 혐의여서 입증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는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대가로 사면이나 인사, 공천 등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다스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해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라는 명백한 대가가 주어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억원을 받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으로 앉히려다 무산되자 인사실패 책임을 물어 금융위원회 간부를 사직시켰고,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4억원을 받고는 비례대표 7번을 직접 승인한 명부를 여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불법적 자금 수수 수단으로 활용했다니 파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의 발표는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전히 ‘정치보복의 희생양’임을 내세워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 내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대한 부패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 전직 대통령에게 국민은 인간적 연민조차 느끼기가 쉽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정말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떳떳하게 법정에 나와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상식적인재판 전략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된 이유 중 하나는 재판에 불출석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도 이를 거울삼아 법정에서 진정한 사죄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 주길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