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2015년이 가장 더웠던 해로 분석됐다. 지구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가운데 ‘슈퍼 엘니뇨’까지 겹치는 바람에 육지와 바다는 물론 남극과 북극에서도 역사상 연평균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구상에서 각종 기상 재해가 빈발한 것도 뜨거워진 지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공동발표에 따르면 지구의 지표면과 해수면에서 측정한 세계 평균 온도는 근대적인 의미의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136년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NOAA의 발표에 의하면 2015년 지구 전체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치보다 0.90℃ 높았다. 2014년보다는 0.16℃ 높아진 수치로, 기록경신도 역사상 가장 큰 폭이다. NOAA와는 별도의 기준으로 연평균 온도를 측정해 온 NASA는 2015년 평균온도가 1951~80년 평균보다 0.87℃ 높다고 분석했다.
측정 대상을 지표면과 해수면으로 나눠 봐도 2015년의 온도는 역사상 가장 높다. NOAA 기준에 따르면 육지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1.33℃, 기존 최고기록(2007년)보다는 0.25℃ 높았다. 바다의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74℃, 기존 최고기록(2014년)보다는 0.11℃ 높았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1월 25일 보고서에서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온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지표면 온도가 61~90년 같은 기간의 평균보다 0.73℃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12월 98년 이후 18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돌아온 탓도 지구를 데우는 데 한 몫 했다.
NOAA와 NASA는 엘니뇨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도 주요인으로 꼽았다. NASA의 기후과학부문 전문가인 게이빈 슈미트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은 “지구가 장기적으로 따뜻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며 “지난해도 그랬지만 올해 기록은 지구 온난화 추세를 더욱 분명히 드러내 보인다”고 말했다. 찰스 볼든 NASA 국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에 중대한 도전”이라며 “오늘의 발표는 정책 결정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 행동해야 함을 알려준다”고 주장했다.
NOAA와 NASA의 공동발표는 기후 변화가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는 안보 위협”이라며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공개한 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후보들 역시 대체에너지 개발 보조금 지급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지구 온난화가 기우에 불과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변화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기후 변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기후 변화를 인정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화석에너지 제한 정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지구 온난화를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 축소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21차 당사국총회(COP21)가 체결한 협정에 따르면 195개 당사국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8년 대비 41.8% 감축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이 교토 의정서 불이행을 선언했던 2001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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