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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걷어내고 이중섭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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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걷어내고 이중섭을 만나다

입력
2016.03.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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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1953년 추정). 단단한 몸집에 곧 치받을 듯 수그린 고개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서울미술관 제공
황소(1953년 추정). 단단한 몸집에 곧 치받을 듯 수그린 고개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서울미술관 제공

평생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다 고작 마흔에 적십자 병원 311호실에서 생을 마감한 화가 이중섭(1916~1956). 그는 죽은 뒤에야 광기 어린 천재로, 전쟁 트라우마를 가진 한국인을 위로하는 국민 화가로 자리했다.

신화가 돼 버린 화가 이중섭의 거품을 걷어내고 인간 이중섭에 주목하는 전시가 개최된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이중섭은 죽었다’전을 개최한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중섭을 (대중 앞에)살리기 위해 미술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자신이 너무 사랑하는 소장품인 이중섭의 ‘소(1953년 추정)’를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을 개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중섭의 인생에 주목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그가 자리했던 공간들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방식으로 전시회를 구성했다. 미술관 측은 “마치 드라마 촬영장처럼 꾸며 놓은 이 공간에서 관객이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예술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에게 만남의 장소였던 다방 공간에는 이중섭의 예술적 성취라 평가 받는 은지화가 전시됐다. 미술관 측은 “습작이다, 상업적이다 비판 받기도 하지만 개별 작품의 완성도와 작품성이 높다”고 이중섭의 은지화를 설명했다. 다방의 테이블과 의자는 관객이 직접 앉을 수 있도록 전시 공간 바깥까지 확장됐다. 관객은 의자에 앉아 마치 그 시간 그 장소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미술관은 설명한다.

부산의 '루네쌍스 다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 당시 다방은 예술인들에게 만남의 장소였으며 이중섭 역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부산의 '루네쌍스 다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 당시 다방은 예술인들에게 만남의 장소였으며 이중섭 역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훗날 부인이 되는 마사코를 만났던 도쿄 문화학원, 지상 낙원을 꿈꾸며 이사해 1년을 살았던 제주의 작은 방 등 화가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전시는 10개 구역으로 나눠 전시됐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100주년 기념전을 위해 2년을 준비했다”며 “관객들이 더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적극적으로 알고 이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히 이중섭의 작품만을 보고 싶어 전시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전시를 위해 학예 연구사들이 그린 수많은 작품이 이중섭의 작품과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다방의 벽을 가득 메운 은지화는 학예 연구사들이 이중섭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마사코 여사에게 부친 엽서도, 편지도 역시 학예 연구사들의 작품이다.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대한 부담이 컸던 탓일까? 전시관 한 켠에 전시된 이중섭에 관한 책들, 이중섭이 사용했다는 팔레트의 모형 등은 오히려 조잡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족(1953년 추정). 은지화는 이중섭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가된다. 서울미술관 제공
가족(1953년 추정). 은지화는 이중섭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가된다. 서울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 이중섭의 작품은 18점이 전시된다. 서울 미술관이 소장한 17점에 전시를 위해 대여한 ‘통영 앞바다(1950년대)’ 1점이다. 전시된 작품은 총액으로 200억원에 달한다. 인간 이중섭은 화가 이중섭 앞에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전시는 5월 29일까지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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