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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도서관 추천 도서 간섭은 사실상 검열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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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도서관 추천 도서 간섭은 사실상 검열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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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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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 주 금서 읽기 주간으로

'독서와 도서관의 자유' 선언하는

국회 결의문 채택 등 제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교육청이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추천도서 적절성을 재고하도록 공문을 내려 보냈다. 시민단체들은 이는 “사실상 도서 검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서 검열과 도서관 통제, 독서이력 검열에 관한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를 점검하고 ‘국가 권력은 독서의 자유, 도서관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전국학교도서관사서연합회, 한국출판인회의, 어린이책시민연대 등 10여개 단체가 성명에 동참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 검열과 도서관 통제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독서의 자유, 도서관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항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 검열과 도서관 통제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독서의 자유, 도서관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항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발단은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라는 단체가 5월 19일 ‘정부 및 교육청 산하 전국 도서관 어린이ㆍ청소년 근현대사 추천 도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12종을 ‘좌편향’ 도서로 지목했다. 이틀 뒤인 21일 문체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공공도서관 추천도서 관련 협조 요청’을 보내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선정 도서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 제기 등이 발생하고 있으니 도서 선정 기준과 방법을 사전 공개하라고 했다. 그 다음날 경기도교육청은 좌편향 논란 도서의 폐기 여부를 검토하고 해당 책을 이미 빌려 본 학생에 대해서는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게 지도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도서관의 자율성과 독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 검열이라는 비판이 일자 경기도교육청은 문제의 공문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 소동 이후 학교도서관 현장에서는 해당 책들이 목록에서 삭제되거나 일부 도서관에서는 실제로 폐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덕주 송곡여고 사서교사(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부대표)는 “어디 무서워서 책 추천하고 책 사고 하겠느냐. 누구든 시비를 걸 수 있겠다 싶은 책은 수서 목록 작성할 때 빼게 되더라”는 동료 교사들의 말을 전했다. 공문이 학교도서관과 사서들의 자기검열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풍경이다. 문체부와 경기도교육청은 공문을 보낸 것은 어디까지나 협조 요청일 뿐 강제 사항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학교 도서관 현장에서는 교육청의 협조요청을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토론회 발제에서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인 변춘희 서울시교육청 인권위원회 위원은 스토리K가 좌편향으로 지목한 책을 읽은 학생을 사후 지도하라는 경기도교육청의 발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개인이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추측해서 지도하라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책은 저자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가치 편향적이며, 독자는 작가의 가치관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환기시키면서 “책을 읽고 독자가 가질 생각까지 염려해 지도하는 것은 곧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도서 검열에 집중해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안은 “변형된 형태의 검열이자 사실상의 금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현 정부 들어 이와 유사한 사례가 거듭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 자기 검열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검열 시대에 독서ㆍ도서관의 자유를 지킬 방안으로 그는 ▦‘독서와 도서관의 자유’를 선언하는 국회 결의문 채택 ▦독서문화진흥법과 도서관법에 독서ㆍ도서관 자유 확대를 위한 규정 마련 ▦9월 독서의 달 첫 번째 주간을 ‘금서 읽기 주간’으로 선언해 전국의 도서관에서 금서를 읽고 토론함으로써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헌법의 검열 금지 원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9월 마지막 주를 ‘금서 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글, 사진=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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