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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1 18:21
수정 : 2015.06.01 22:42

[이계성 칼럼] 연정 품은 남경필

등록 : 2015.06.01 18:21
수정 : 2015.06.01 22:42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연정실험 주목

실질적 권한 나누기로 도정 효율 제고

박 대통령도 분권의 시대 흐름 읽어야

남경필

남경필 경기지사. 연합뉴스

남경필 경기지사가 연정을 품었다. ‘돌싱’인 그가 스캔들이라도 일으켰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가 지난해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실제로 실행에 옮겨온 경기도 연정(聯政) 얘기다.

경기도 연정은 새누리당 소속인 남 지사가 도 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제안해 성사됐다.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은 정무부시장 격인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도청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 등 3개국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그리고 도청산하 6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추천권을 행사한다. 연정 파트너로서 실질적으로 권한을 나눠가지고 도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책협의회를 통해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도 참여한다. 연정 출범에 앞서 생활임금조례 추진 등 20개 실행과제를 담은 연정합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경기도연정은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후 지난한 협의과정을 거쳐 지난 연말 공식 닻을 올렸다. 갓 반년이 지났고, 정착여부와 성패를 따지기에는 일천한 시간이다. 우리 정치사상 처음 시도되는 연정인 만큼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착륙과 정착 쪽으로 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여소야대(새누리 50석, 새정치연합 77석)구도에서도 큰 대립 없이 도정이 굴러간다는 게 크다.

남 지사는 도내 31개 시장군수 등과의 예산 공조, 강원도 등 인근 광역지자체와의 협력 등으로 연정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이 최근 부쩍 관심을 끄는 것은 민선 6기 지자체장 취임 1년이라는 시의성 때문만이 아니다. 국무총리 등 고위인사 인선 갈등, 정부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둘러싼 당청간, 여야간 갈등 등 꽉 막힌 중앙정치에 권력을 나누는 연정 실험이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대립과 반목으로 지새는 우리정치의 문제는 승자독식과 대통령 권한 집중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은 정치력과 인내를 요하는 야당 및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권력 행사에서 배제된 야당은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한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의 성공은 곧 자신들의 패배와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서는 아무리 역량과 정치력이 뛰어난 인사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또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지금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치연합의 발목잡기를 비난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도 결코 덜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2005년 7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도 민생ㆍ개혁입법마다 한나라당 반대로 국회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3,000여건의 법안이 국회에 잠자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남 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 전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찬성했다. 그의 연정 꿈은 그때부터 싹이 텄을 것이다. 그는 효율적인 연정을 펼치고 있는 독일 연정을 연구했다. 지난달 2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경기도 의회로 초청해 독일통일과 연정에 관한 연설을 하게 한 것도 연정에 대한 그의 집념을 잘 보여준다.

남 지사는 경기도정의 성공에 전념하고 싶다면서도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경우 연정을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를 두고 경기도 연정 실험이 결국 대권가도를 위한 이미지 정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권력을 나누는 분권과 연정은 시대의 흐름이다. 차기 대선주자들 누구라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야의 잠재적인 대선주자 상당수가 벌써 그런 흐름을 타고 있기도 하다. 야야 정치권에서 개헌을 통한 제도적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도 꿈틀거리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실패는 결국 사람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과 국회를 향해 쇳소리만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권력 나눔에 눈을 떠야만 뻔히 내다보이는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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