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의 친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가 하면 문자메시지를 통한 압박전을 펴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력분포 상으로 비박계를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에 물밑 설득작전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최근 ‘유승민 사퇴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20인의 재선의원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다. 이 최고위원 연락으로 40~50분 가량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A 의원은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계속 자리에 있으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게 이 최고위원의 요지였다”고 말했다. B 의원도 최근 이 최고위원이 “현 정국을 해결하려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 외에 방법이 있겠느냐”며 자신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역시 최근 이 최고위원을 만났다는 C의원은 “국회 운영위 결산 심의, 메르스 추경 등 현안으로 유 원내대표가 당장 거취를 정리하기는 무리라는 건 이 최고위원도 수긍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3선인 정우택 의원도 1일 충청권 의원 10여명과 오찬 회동을 갖고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이 자리엔 비례대표로 충북 청주가 고향인 친박 김현숙 의원도 얼굴을 비쳤다. 참석한 모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재상정되는) 6일까지 사퇴 여부를 지켜보되 그때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성명 발표 등 집단 행동에 나서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움직임 역시 심상찮다. 최 부총리는 자신과 가까운 친박 의원을 통해 원내지도부에 간접적으로 ‘추경 당정협의에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일 정부의 추경안을 보고 받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왜 원내대표 주재의 당정협의를 피하느냐. 유감이다”는 항의의 뜻을 최 부총리에게 전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추경 당정협의 때도 당시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최 부총리와 가까운 D 의원 명의의 괴문자까지 나돌아 당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대구지역언론 기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송된 ‘동향’이란 제목의 문자메시지는 “유 원내대표 20대(총선) 불출마 선언. 원내대표직 명예 걸고 끝까지 완수 표명”이라는 내용이 골자인데 정작 D 의원은 “그런 문자를 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원내대표 자리를 보전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출마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압박성 여론전”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지역구가 경북 경산ㆍ청도인 최 부총리가 이른바 ‘TK(대구경북) 맹주’를 노리고 대구 동구을 출신인 유 원내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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