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붕괴 모는 것은 美에 도움 안 돼" 北에도 관계 개선 손 내민 모양새
쿠바와는 53년 만에 국교정상화, 악의 축 청하던 이란과 IS대응책 대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취임 직전 “정상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적과의 대화’를 약속하면서 구체적으로 세 나라를 거론했다. 이란, 쿠바, 북한이다. 이중 이란과 쿠바는 그가 약속한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해가고 있다. 남은 건 북한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그 통화를 계기로 1979년 이란 혁명 후 34년 만에 미국과 이란이 역사적인 화해를 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양국은 아직 타결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란 핵협상의 장에서 직접 대화를 계속하고 있고, 이슬람국가(IS) 대응을 위한 직간접 채널도 가동하고 있다. 이번에는 쿠바와 53년만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오바마가 직접 쿠바를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백악관 발표까지 나왔다.
오바마는 17일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공산당이 지배하는 훨씬 더 큰 나라(중국)와 35년 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어떤 냉전 대결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희생되는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과도 20여 년 전 관계를 정상화했다”는 말도 했다.
적대국과 관계 정상화가 낮은 지지율에다 중간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의 인기를 만회할 좋은 재료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실제로 그런 기류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오바마 특사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해 억류된 미국인 3명을 데리고 나왔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한 세미나에서 “북미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여과되지 않은 방법으로 탐색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였다고 인정하면서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쿠바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을 향해 정권을 거꾸러뜨리려 하지 않을 테니 관계 개선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성김 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가능성도 모색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으며 김정은 정권이 이런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태도변화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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