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사건 깔끔하게 처리
박 대통령 두터운 신임 얻어
요직에 ‘자기사람 심기’ 의혹
‘우병우 사단’ 불릴 정도
친박 실세와 불화설 등 잡음
“국정 난맥에 책임” 주장 제기
“이대론 권력재창출 실패” 위기감
여권 권력지형 재편 움직임 반영
정치권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겨냥한 의혹이 불거진 것을 권력누수의 징후로 보고 있다. 권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우 수석이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 우 수석이 먼저 도마에 오른 이유는 그가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정부의 사정ㆍ정보 라인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정부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 실세들과의 불화설, 검찰과 알력설, 보수언론과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큰 틀에서 이번 ‘우병우 의혹’의 확산은 친박계, 대구ㆍ경북(TK) 출신 독주로 상징되는 여권 내 권력지형의 재편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우병우 의혹’이 여권에서조차 일파만파로 번진 배경에는 “이대로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를 향한 인적 쇄신의 요구라는 것이다. 사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정부의 사정기관을 지휘해온 그가 취임한 이후 인사와 관련해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요직으로 진출해 ‘우병우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勢)를 불리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일련의 국정 난맥상, 여권 내 자중지란과 관련해 그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여권의 분위기다. 우 수석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는 4ㆍ13 총선 참패한 직후에도 거셌지만,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그를 재신임하면서 잦아들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시 우 수석을 겨냥한 쪽이 친박계 핵심인지, 비박계인지 불확실하다”면서도 “우 수석에 대한 여권 내 반감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우 수석의 능력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는 2014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같은 해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사퇴한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깔끔한 사건 처리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스타일에 대해선 비판적 평가가 적지 않다. 그의 친정인 검찰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이들이 많은 편이다. 한 검찰 간부는 “독불장군 스타일인 데다 윗사람한테 잘 굽히지 않고 워낙 잘 나서고, 말도 직설적으로 해 적이 좀 있는 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검사는 “우 수석이 서울대 84학번 동기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인정하는 사람들과만 친했을 정도로 사람을 가리는 편이었다”고 기억했다. 대체로 검사로서 실력은 뛰어났지만 독선적인 업무 스타일과 호불호가 극명해 협소한 인간관계를 가졌다는 평가다.
우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는 특히 검찰 인사에 대한 잡음이 계속됐다. 한 부장검사는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우 수석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지난해와 올 해 주요 포스트에 자기 사람을 앉혀 검찰 내부에도 우 수석에 대한 반발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우 수석이 지난해 사석에서 후배들을 만나 A검사를 직접 거론하며 칭찬했다고 들었는데 다음해 실제로 A검사가 대검찰청 요직으로 갔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우 수석이 의혹의 진위와는 별개로 공방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우 수석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그가 민정수석 직을 유지할 경우 ‘셀프 수사’라는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우 수석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다는 이유로 ‘손볼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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