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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도 反난민 고개… 빠르게 닫히는 유럽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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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도 反난민 고개… 빠르게 닫히는 유럽 문

입력
2018.06.14 17: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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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대책 싸고 獨 연정 내 갈등 이민자의 소녀 살해 등도 겹쳐 프랑스ㆍ이탈리아는 난민선 구조 싸고 설전 중재 맡아야 할 EU는 속수무책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아야 했던 대규모 난민 구조선. 스페인 정부가 뒤늦게 입항 허가를 내주면서 629명의 난민들은 발렌시아 항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아야 했던 대규모 난민 구조선. 스페인 정부가 뒤늦게 입항 허가를 내주면서 629명의 난민들은 발렌시아 항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AP=연합뉴스

중동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던 유럽의 문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난민 보호 정책을 견지해왔던 독일에서조차 강경 노선이 고개를 들며, 저지선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유럽 각국에서 득세한 우파 진영은 반(反)난민 정책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하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유럽연합(EU)마저 맥을 못 추면서, 난민 문제는 방치되는 모양새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反)난민 정책의 쓰나미는 독일까지 밀려왔다. ‘난민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민자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독일 정부 내부에서마저 터져 나오면서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과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지난 11일 아프리카ㆍ중동 난민의 입국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정책을 새롭게 준비했지만, 메르켈의 반대로 발표가 무산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2015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피해 몰려든 난민들을 일방적으로 받아준 메르켈 총리의 결정은 두고두고 보수 진영 내부 갈등의 씨앗이 됐다”며 “그간 축적돼 있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의 결정은 보수 진영 내부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지난해 총선에서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원내 제3당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기사당이 강경파로 돌아선 배경 역시 보수 정당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명성 경쟁 성격이 짙다. 당장 10월로 예정된 선거에서 기사당의 지역구인 바이에른 주를 Afd에 빼앗길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에서 반(反)난민 정서를 자극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도 메르켈 총리에겐 부담이다. 이라크 출신 이민자가 14세 독일 소녀를 살해한 데 이어 연방이민난민청 직원이 뇌물을 받고 이슬람 극단주의자 46명에게 망명을 불법 승인한 것까지 드러나면서 메르켈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EU의 리더 독일이 내부적으로 흔들리는 사이 나머지 서유럽 국가들은 네 탓 공방에만 혈안이 돼 있다. 난민 구조선의 입항 문제로 시작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책임하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프랑스의 공식 사과가 없으면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는 “2015년 EU 차원의 난민 분산 정책 당시 프랑스가 9,816명 수용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340명만 수용했다”며 “위선적이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일찌감치 난민 반대 정책을 펴온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극우성향의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적대시 정책을 앞다퉈 내놓으며 강 건너 불구경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CNN은 난민 문제로 각자도생하는 유럽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EU 회원국들 사이에 적절한 비용 부담과 보상이 보장돼야 하는데 지난 3년간 불신이 쌓이면서 공동 대응 모색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당장 EU는 이달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 개혁방안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여전히 EU 차원의 공동난민청 설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집안단속도 못하는 처지여서 다른 회원국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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