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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성폭행 피해자 사망… 여성 인권에 눈 뜬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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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성폭행 피해자 사망… 여성 인권에 눈 뜬 인도

입력
2012.12.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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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인도 뉴델리 심야버스에서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여대생(23)이 숨지자 인도 전역에서 애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 보호 대책을 세우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피해 여성은 쇠막대로 공격을 받아 폐와 뇌 등에 상처가 났고 심근경색 증세도 보여 싱가포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8일 밤 사망했다. 시신은 30일 새벽 인도에 도착해 화장됐는데 이 여성과, 사건 당시 함께 구타를 당한 남자친구가 내년 2월 결혼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례식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29일 인도 전역에서는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델리 잔타르만타르 천문대 등에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촛불을 들고 모였다. 시위에 동참한 변호사 벨라 라나는 "이번 사건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마지막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이상은 성범죄를 참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뜻으로 '성폭행범을 목매달아라'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10대 소녀 스리쉬디 쿠마르는 "가해자들도 피해 여성처럼 고문당해야 한다"며 분노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앞다퉈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만모한 싱 총리는 성명을 통해 "모든 정파와 시민사회가 계파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 여성이 보다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인도를 만드는데 힘을 합치자"고 촉구했다. 집권당인 국민회의의 당수 소니아 간디는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남성들이 처벌 받지 않고 성폭행을 저지르도록 허용하는 부끄러운 사회적 사고방식에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정부는 앞서 성범죄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렸으며, 최고 무기징역인 성범죄 형량을 사형으로 높이고 성범죄자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29일 가해자 6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며 "유죄가 선고되면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성범죄가 만연하고 여성이 천대 받는 인도 현실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지 언론이 이전에는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성범죄를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성범죄가 사적 문제에서 공적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30일 "비극 이후에 제기돼야 할 질문은 두 가지"라며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 외에도 우리가 여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편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인도 공산당 소속 하원의원인 브린다 카라트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젊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함께 저항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여성들의 삶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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