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군사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실효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빠르게 실행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자 아예 실질적인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17일 중국군망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남중국해 해역에서 3대의 표적 무인기가 각기 다른 고도와 방향에서 동시에 침범해오는 상황을 가정한 미사일 요격훈련을 벌였다. 자국이 점유하고 있는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지는 상황을 가정해 이를 요격하는 실전훈련을 벌인 것이다. 중국군망은 “실전과 다름없는 전투태세를 갖춘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과 형식 모두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의 정확한 시점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전략폭격기 B-52 편대의 남중국해 전개, 구축함을 동원한 ‘항행의 자유’ 작전 강행, 고위 장성의 남중국해 인공섬 파괴 경고, 환태평양훈련(림팩) 초청 취소, 항공모함 전단의 대만해협 진입 검토 등 연이어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면전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가 지역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경고까지 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압박과 경고를 무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중국군의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지배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남중국해 인공섬들과 주변 바다에서 다른 나라의 함정이나 항공기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사(西沙)군도의 최대 인공섬 융싱다오(永興島)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북미 정상회담 직전 철수했다가 공개적으로 재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부터 남중국해를 민간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국 관광객에 한해 일부 인공섬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상품을 운용하기 시작했고 이주민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자원 확보와 무역항로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대만은 물론 한반도 문제에까지 연계해서 보고 있다”면서 “영유권 분쟁이 격화할수록 실효지배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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