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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귀순' 前 북한군 장교, 기막힌 인생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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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귀순' 前 북한군 장교, 기막힌 인생유전

입력
2015.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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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생활 힘들어 결혼 후 벨기에로

사기당해 빈손 귀국… 이혼소송

내달 7일 국민참여재판 판결 주목

지난 2008년 4월 28일 경기 파주지역 군사분계선에선 7발의 총성이 울렸다. 철책을 넘은 북한 보위사령부 중위 이철호(34)씨가 하얀 속옷을 벗어 백기를 흔들며 우리 측 G0P(전방초소)를 향해 발사한 것이었다. 이씨는 그래도 우리 군의 반응이 없자 GP(최전방 경계초소)까지 걸어가 “국군 장병”을 불러 남한 사회에 안겼다.

이른바 ‘호출귀순’으로 우리 군의 구멍 난 안보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이씨가 아내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귀순 4년째 되던 2012년 11월 탈북자 A(29ㆍ여)씨와 결혼해 경기 평택에 정착했다. 이씨는 A씨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있었지만, 남한 생활에 적응이 어려워 2013년쯤 벨기에 이민을 결심했다.

하지만 외국 생활도 쉽지 않았다. 사업을 하려다 사기를 당해 정착금 등 전 재산을 탕진했고 다시 귀국한 뒤론 아내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소송을 밟기 시작했다. 이씨는 종합편성채널에 자주 출연해 얼굴이 제법 알려졌지만,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폐한 삶에 지쳤던 이씨는 지난해 11월 27일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던 이씨는 “다시 합치자”고 회유했다. A씨는 그러나 이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순간 분노가 치솟은 이씨는 이날 오후 9시쯤 아내의 목을 졸랐다. 질식해 쓰러진 아내는 다행히 생명을 잃지 않았지만, 이씨는 그대로 집을 나서 자살을 결심했다. 그는 친분이 있는 탈북자에게 ‘한국에 와서 스트레스 이겨내기 정말 힘들었다. 비록 목숨을 끊지만 통일의 이념은 뜨거웠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탈북 장교 이모씨의 남한에서의 삶을 삽화로 구성했다. 1. '호출 귀순'으로 이목 집중 2. 종편스타가 되기도… 3. 생활고로 인한 피폐해진 삶... 아내 살해미수까지 4. 문자 남기고 자살 기도
탈북 장교 이모씨의 남한에서의 삶을 삽화로 구성했다. 1. '호출 귀순'으로 이목 집중 2. 종편스타가 되기도… 3. 생활고로 인한 피폐해진 삶... 아내 살해미수까지 4. 문자 남기고 자살 기도

그런 이씨를 마지막에 붙잡은 건 얄궂게도 아내 A씨였다. 힘겹게 의식을 차린 A씨는“남편이 자살하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과정에서 이씨는 결국 철창에 갇히게 됐다.

지난해 12월 10일 기소된 이씨는 1심 재판과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 다음달 7일 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재판부에 3,4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씨는 “아내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초기 수사 관계자는 “A씨를 병원으로 옮겨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범행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상당히 힘들었다는 이씨의 고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거주하는 탈북자 수는 2만7,500여명에 이르지만 상당수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씨와 같은 탈북 귀순자들은 국가정보원 등의 장기 조사에 매달려 일반 탈북자보다 체계적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받는데 소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거지에 정착한 뒤 경찰의 신변보호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들의 생활이 경찰관 개인 역량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씨도 아내 신고 때까지 사실상 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고유환 북한학전공 교수는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와 전혀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도 이들에 대한 포용력이 강하지 않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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