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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미만 관급공사’ 공사비 셈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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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미만 관급공사’ 공사비 셈법 논란

입력
2018.08.16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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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시장 단가 적용땐 예산 절감”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장

“되레 덤핑 입찰로 부실공사 초래”

국토부ㆍ국회 등선 부정적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0억원 미만 관급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자 논쟁이 뜨겁다. 당장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이 지사의 논거에 여론은 호응하고 있지만, 되레 ‘덤핑’ 입찰에 따른 부실 공사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셈법을 둔 소모적 다툼보다는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불법 하도급으로 ‘통행세’만 챙기는 구조적 관행부터 뿌리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5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예규)에 따르면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는 예정가 산출에 표준시장단가가 아닌 ‘표준품셈’을 활용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재료비, 인건비, 기계 경비 등 부문별 공사 비용을 표준화한 것이고, 표준시장단가는 기존 진행된 비슷한 유형의 공사 단가를 토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산출한 것이다.

이 지사는 행안부 예규를 바꿔 100억원 미만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가 발주했던 공사 중 3건을 무작위로 골라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했더니 3.9~10.1% 돈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예시로 든 공사는 ▦평택 진위역~오산시계 확ㆍ포장 공사 ▦포천 삼팔교 재가설 공사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다. 이 지사는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도 이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경실련은 “경기도 전체에 시장단가를 적용하고 공사비 내역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반면 국회에서는 상반된 내용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월 발의돼 눈길을 끈다. 표준품셈 대상을 300억원 미만으로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도했는데, 이 지사와 당이 같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여했다. 의원들은 개정안에서 ‘낙찰률(발주액의 87% 안팎)이 적용된 과거 계약단가를 반영하는 표준시장단가를 소규모 공사까지 적용하면 덤핑 입찰을 초래,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동국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정책토론회’에서 “지난 10년간 표준시장단가 상승률(110.7%)은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률(159.1%)에 미치지 못한다”며 “적정 공사비 미확보로 설계 변경과 공기증가, 부실 시공 등 실질적인 국가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예로 든 공사 중 2건도 이미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서 공사비가 늘었다. 발주액(52억원)의 88% 수준인 46억원에 낙찰된 포천 삼팔교 공사비는 1년여 만에 17억원이 급증해 발주액을 넘어섰고,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비도 애초 66억원(낙찰률 86%)에서 4억원 증가한 상태다. 오산소방서 발주액은 76억원이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에 내몰린 업체들이 입찰단가를 15%가량 낮게 쓰고, 10% 안팎을 떼어가는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지면 정작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발주액의 50~60% 수준”이라며 셈법이 본질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는 공공건설 공사는 ‘무조건 남는다’는 편견과 도급과정 등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깨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다양한 공법, 공정, 자재의 시장가격을 모두 현실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김문성 국토부 기술기준과 서기관은 “수천 가지에 이르는 소규모 공사를 일일이 조사해 시장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라며 “현재도 최저가 낙찰제, 계약심사제 등 공사비 거품을 빼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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