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국뽕’영화인가, 아니면 제법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인가.
상영 첫 주에 260만 관객을 넘으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이 극장가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7월29~31일) 18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으며 ‘인천상륙작전’이 흥행 순위 1위에 오르자 “평론가들이 틀렸다”는 주장과 함께 이념적 색깔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화 제목에서 말해주듯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국군이 북한군에 밀리는 상황에서 국제연합(UN)군 최고사령관 맥아더(리암 니슨) 장군 지휘 아래 전세를 뒤집은 동명의 군사작전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맥아더의 작전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대북 첩보작전 ‘엑스레이’에 투입된 장학수(이정재)와 인천지역을 장악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의 대립을 이야기 얼개로 하고 있다.
국군과 북한군이 서로 총을 겨누며 이념적 갈등을 빚는 모습이 영화의 주된 모습이다. 2000년대 등장했던 전향적인 남북 소재 영화와 달리 ‘북한은 악의 축’이고 ‘국군은 영웅’ 식의 단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국뽕’(애국주의를 강요한다는 의미의 인터넷 속어)에 기댄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까진 좋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평면적이라 억지스럽다는 악평이 평단에서 나왔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노골적인 여러 장면들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전쟁 발발 직후 극비리에 전장을 방문한 맥아더가 16세의 국군 소년병에게 ‘왜 후퇴하지 않았으냐’고 묻자, “후퇴하라는 상관의 명령을 받지 못했다. 총과 충분한 총탄을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맥아더는 이 장면에서 소년병에게 감동하고 한국을 꼭 구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정재는 첩보작전에 자원한 이유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장면은 신파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극중 북한군 이범수가 버릇처럼 읊조리는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는 대사를 통해 경직된 흑백논리를 표현한 점 등도 혹평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울림 없이 지나치게 메시지만 강조하다 보니 감동의 진폭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을 비판하는 많은 관객들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흥행몰이가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07년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고도 800만 관객을 동원한 ‘디 워’가 네티즌들의 방호를 받았던 점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이 제2의 ‘디 워’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이무기 전설을 바탕으로 한 ‘디 워’는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미국에서도 개봉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평단에선 혹평을 받았다. 빈약한 이야기 구조와 책을 읽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력, 조잡한 편집 등 완성도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한국적 소재인 이무기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끝 장면에 아리랑을 삽입한 것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인천상륙작전’은 ‘디 워’보다 인화성이 강하다. ‘인천상륙작전’을 비판하는 자들은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일부 네티즌의 근거 없는 색깔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MBC가 지난달 2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념에 빠진 영화평론가들이 실수한 게 역사적으로 쭉 뒤져 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다”라는 최공재 영화감독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색깔론에 기름을 부었다. ‘뉴스데스크’는 한 영화전문 잡지(씨네21)의 평론가 6명의 평점을 언급하며 “우파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영화 ‘연평해전’과 ‘국제시장’은...(중략)...평론가들의 혹평과는 반대로 성공을 거뒀다”고도 했다. 공영방송이 ‘인천상륙작전’을 우파로, 이를 혹평한 평론가들을 ‘좌파’로 내모는 색깔론을 내세워 전파를 내보낸 것이다.
문화평론가들은 색깔론에 강한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시장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시장 논리로 봤을 때 ‘국제시장’과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 등은 우파적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비즈니스로 이들 영화가 일정한 공감을 사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공 이데올로기 그 자체가 복고 트렌드로 시장에 나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시장에서 ‘불량식품’(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이 잘 팔리는데, 왜 사람들이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그것을 사먹느냐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MBC의 보도를 비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인천상륙작전’은 미덕을 찾아볼 수 없어 평론가들이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지적과 애국심 여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며 “일부 네티즌과 정치인들이 완성도에 대해 부정적인 지적을 하면 ‘애국심이 약하다’ ‘좌파이기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씨는 “이런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면 영화계의 발전에 걸림돌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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