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열풍에 관광객들 줄 잇자 종교계·마을 등 앞다퉈 만들어
화장실·안내판 등 편의시설 부족, 홍보 부실로 코스들 겹쳐 혼란만
통합관리 위한 조례 제정 시급
제주 올레(작은 골목길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마니아인 직장인 김모(38)씨는 주말을 이용, 제주의 모든 올레를 섭렵하겠다던 꿈을 최근 접었다. 8년전 한두개씩 생기던 올레는 최근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이중 일부 길은 관련 정보가 부실한데다 안내판,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레 인기에 편승, 제주지역에 새 길이 너무 많이 생겨나면서 기존 올레가 갖고 있던 좋은 이미지마저 악영향을 끼칠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 올레 열풍 이후 도보 여행길들이 제주도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길을 체계적으로 통합관리하는 전담부서가 없어 종합적인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주 올레는 걷기 열풍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면서 수많은 걷는 길을 탄생시킨 효자 관광 상품이다. 25일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2007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성산읍 광치기 해변을 잇는 제주올레 1코스를 개장한 이후 현재까지 제주 한바퀴를 걸어서 돌 수 있는 26개 코스가 개발됐다. 제주에서는 지난 8년간 행정기관을 비롯해 마을자생단체, 종교계 등이 지역과 문화의 특색을 반영한 이색적이고 다양한 걷는 길을 잇따라 만들고 있다.
현재 행정기관과 단체 등이 파악하고 있는 걷는 길은 대략 27개, 64개 코스.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길까지 포함하면 100개 코스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걷는 길로는 사려니숲길, 한라산 둘레길, 삼다수 숲길, 숫모르편백숲길, 장생의 숲길 등이 있다. 대부분 청정 제주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숲길들이 조성돼 있다. 또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수월봉, 김녕ㆍ월정, 성산ㆍ오조 등에 지질트레일이 만들어졌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에서 만든 순례길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마을단위 걷는 길도 넘쳐나고 있다. 방선문 가는 길, 봉성리 둘레길, 외도물길 20리, 화순곶자왈 생태탐방로, 석주명 나비길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한 길이 도 전역에 새로운 이름의 길이 생겨나고 있다.
자고 나면 제주에 걷는 길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일부 걷는 길 코스는 수풀이 우거지거나 쓰레기가 쌓여 있는가 하면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부족해 도보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걷는 길이 넘쳐나면서 여러 종류의 길이 겹치는 구간이 발생해 혼란을 주고 있고, 단순히 지점과 지점만 연결한 곳도 적지 않다. 코스만 개발해놓고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아 방치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걷는 길을 조성ㆍ정비ㆍ관리하는 주체들이 행정기관, 종교계, 마을회 등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행정당국내부에서도 여러 부서가 각자 맡은 길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전담부서가 없어 통합관리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일부 도의원들이 걷는 길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주 걷는 길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법령은 보행자길과 숲길, 도로 등에 대한 관리주체를 행정청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걷는 길 관리조례는 민간단체 등을 관리주체로 규정, 현행 법령과의 상충문제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위성곤 제주도의원은 “일부 걷는 길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방치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또한 걷는 길들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통해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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