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 100여개 문자 중에 가장 과학적인 문자 중 하나입니다.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글자라고 할 수 있죠. 세종대왕의 지도자 정신과 애민 정신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예술이 함축된 한글을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장태평(67)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글의 멋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장 전 장관이 이사장을 맡은 한글플래닛은 지난달 30일 서울 필동 한국의집에서 창립식을 열고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장 이사장은 4일 서울시청 인근 한 호텔에서 만나 “원래 한글 캘리그라피(손글씨)를 배우던 작은 친목단체였다”며 “2013년부터 미국의 교포 2ㆍ3세에게 한글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사를 몇 차례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해외에 한글문화를 알리자는 뜻이 모여 그 단체를 사단법인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글플래닛은 문화콘텐츠로 한글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인 ‘한글파티’를 지난해와 올해 미국 미네소타, 시카고, 뉴욕, 애틀랜타에서 열었다. 특히 미네소타에서 열린 행사에는 광화문글판으로 유명한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가 참여해 한인 청소년과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매력을 알렸다. 장 이사장은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파티 형식으로 하자는 취지였지만 목적은 한글의 우수성과 우리 문화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글과 영어를 섞은 이름을 정한 것은 한글플래닛의 활동의 60, 70%가 해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글을 알리면 K팝, K드라마, K문학 등 한류의 외형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귀한 가치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해외에서 한글의 가치를 전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국내에서도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글플래닛은 또 대학이나 전문단체 등과 협력해 한글의 조형미와 예술성을 알릴 수 있는 서체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독일어는 딱딱하고 억센 언어라서 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독일이 낳은 수많은 음악가와 시인들이 독일어가 음악과 시를 표현하기 좋은 언어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노력이 각계에서 더해지면 세계에서 한글의 위상도 한 단계 올라갈 거로 생각합니다.”
1977년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 관련 부처에서 관료 생활을 하다 농림부 장관, 한국마사회 회장을 거친 그는 최근 전직 관료, 행정전문가와 함께 행정사무소를 열었다. 기업가적 마인드로 행정의 효율화를 꾀해야 정부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주제의 책도 준비하고 있다.
장 이사장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꿈은 세종대왕에 대한 평전을 쓰는 것이다. “한글의 과학적인 우수성보다 높게 사야 하는 것은 한글을 만든 정신입니다. 문자를 배우지 못해 교육을 받기는커녕 관가에 하소연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백성을 위해 만든 것이 한글입니다. 한글을 비롯해 과학, 음악, 농사법, 행정 등 세종대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상으로 천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세종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춘 평전을 꼭 써보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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