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송시 수레 소음으로 ‘사용금지’ 안내문
“기사님 수레 쓰게 해달라” 쪽지 민원 잇달아
수도권 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배송기사의 택배 수레 사용을 금지한다’며 붙인 안내문과 그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30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일화는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이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제의 안내문과 주민들의 쪽지가 담긴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배송 관련 수레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할 때 사용하는 수레로 인한 소음 때문에 입주민이 고통 받고 있으니 협조를 부탁한다는 취지다.
지난 27일 붙은 이 안내문은 주민들의 쪽지가 덧붙으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이 올린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쪽지가 점차 늘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쪽지들은 무거운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기사의 입장을 헤아려 수레를 사용하게끔 해 달라는 내용으로 빼곡히 차 있다.
먼저 “10층은 그대로 수레 사용 해 달라는 게 우리의 민원”, “괜찮던데 수레 소음 상관 없으니 계속 이용하시라”, “배송기사님의 수고에 항상 감사 드린다. 개인적으로 부끄럽고 인터넷에서나 보던 글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등의 내용을 담은 쪽지 몇 장이 시작이었다.
이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향해 “택배기사님 수레소리 전혀 시끄럽지 않다, 새해엔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택배기사님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내 가족을 생각하듯이 조금씩 배려하면 어떨까” 등의 조언도 이어졌다. 한 초등학생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라고 배웠다. 이제까지 수레 소리로 불편한 적 없었고 택배 아저씨 고생 많으신데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10개 남짓의 쪽지가 붙은 이 안내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훌륭한 이웃들이 부럽다”(개****), “민원을 내는 사람이나 공지하는 관리실이나”(가****), “생수도 쌀도 다 택배로 받으면서 수레를 끌지 말라니”(점****), “함께 사는 세상의 따뜻함이 느껴져서 행복하다”(오****), “추운 날 마음이 따뜻해진다”(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민원이 1층 입주자의 고통에서 비롯된 하소연이고, 관리사무소에서 수용한 거라면 일부는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뚱****), “특정 층의 입주민이 민원을 넣었을 텐데 하루에도 여러번 드르륵 거렸을 수도 있다”(lo****), “층간소음 피해자로서 수레금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등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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