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태무 기자

등록 : 2017.03.12 20:18
수정 : 2017.03.12 23:34

“탄핵 끌어낸 지금은 헌법시대... 온 국민이 헌법 알아야"

등록 : 2017.03.12 20:18
수정 : 2017.03.12 23:34

국내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헌법은 살아있다’ 최근 출간

“개헌은 권력창출 목적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이석연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헌법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국민들이 느끼길 바라며 최근 집필했다는 책을 들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촛불 집회는 국민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행한 저항권 행사”라고 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번 촛불 집회는 국민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한 저항권 행사입니다.

저항권은 보통 폭력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국민들이 과격한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지 않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 거죠.”

이명박 정부에서 2년 반동안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62) 변호사는 12일 비폭력 시위문화의 절정인 촛불 집회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현 시국을 ‘헌법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 동안 일각에서 명목규범 혹은 장식규범 정도로 여겨지던 헌법이 지금처럼 국민의 삶 깊숙이 관여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생각은 이 변호사가 지난달 펴낸 ‘헌법은 살아있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국민 눈높이로 보는 헌법 관련 서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집필을 시작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난해 12월을 거쳐 올해 초 탈고했다.

국내 제1호 헌법연구관 출신이기도 한 그는 헌법이 더 이상 전문가나 법조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숙지해야 할 지적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촛불 집회를 통한 대통령 탄핵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헌법은 이제 다시 국민들의 삶에서 멀어질 것인가. 이 변호사는 향후 이어질 개헌 논의를 통해 헌법시대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라는 국민합의를 이끌어 낸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0년간 우리 사회가 급변하면서 10차 개헌의 필요성을 대다수 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8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향후 개헌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우선 개헌을 둘러싼 주된 쟁점은 개헌시기와 권력형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개헌은 정치권이 권력창출이라는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연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헌법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국민들이 느끼길 바라며 최근 집필했다는 책을 들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촛불 집회는 국민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행한 저항권 행사”라고 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그는 개헌시기와 관련해 “오는 5월 ‘장미 대선’에 앞서 개헌을 하기엔 국민의 뜻을 모을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국민들은 정치권의 개헌시기 논쟁을 각자 권력을 잡는데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수로 밖에 보지 않는다”며 “새 개헌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는 세력이 없는 시기를 개헌의 효력 발생시기로 정해 부칙으로 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또 권력형태의 경우 “국민들은 외교와 국방 등 외치만큼이나 일자리와 복지 등 자신의 삶에 직접 연관이 되는 정책을 행할 권력자를 직접 뽑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분권형 이원집정부제보다는 4년 중임의 대통령(정ㆍ부통령)제를 국민들이 더 선호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제대군인 가산점제와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헌법소원을 주도해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받아낸 이 변호사는 “제대 남성들에게 아직도 가끔 쓴 소리를 듣는다”면서도 “헌법은 특정집단 이익 등 초월해 수호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집필 중에 한국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을 고민해보니 간통죄와 과외교습 금지, 태아성별 고지금지와 호주제 및 동성동본 금혼 등 실생활과 밀접한 결정이 많았다”며 “헌법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기능을 하는지를 국민들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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