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유민이 만든 것으로 추정
삼국시대 불상 원형 추정 유물
성사땐 9월 고대불교조각전에
일본 나라현의 유서 깊은 사찰 호류지(法隆寺)가 헌납해 도쿄국립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는 백제금동삼존불입상이 올해 한국에서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601~607년 창건된 호류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백제금동삼존불입상은 일본으로 건너간 고구려나 백제 유민 또는 후손이 만든 7세기 중엽 작품으로 추정된다. 한국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불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주요 전시와 사업을 소개하면서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 불상을 빌려와 전시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배를 포함해 키 50㎝ 정도인 이 불상은 양식으로 보아 백제 불상이라는 의견이 한일 양국에서 지배적이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장은 “표정이 동시대 일본 불상에 비해 온화하고 법의 밑단에 음각한 실선이나 광배의 모양, 양감이 있는 몸통 등으로 보아 백제불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조각 전문가인 강희정 서강대 교수는 “광배의 연꽃 위로 솟아나는 모양의 작은 화불(연화화생)을 나타낸 것은 중국 산동, 하북성의 불교조각에서 시작되어 고구려로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삼국시대 불상의 다양한 면모를 추정할 수 있게 해주는 불상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고, 한중일 삼국 불교조각의 전래 경로를 웅변하는 작품이자 그중에서도 백제, 고구려의 도래인들이 일본 초기 불교조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 불상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불상이 온다면 9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대불교조각대전’에서 볼 수 있다. 한국불교조각의 원류와 위상을 살피는 전시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 한반도, 일본에 이르는 과정을 한중일 3국과 미국, 유럽의 18개 기관이 소장한 명품 150여 점으로 소개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키 2m의 중국 불상 등 대부분 대작이고 한국에는 처음 오는 것들이다. 민병찬 부장은 “고대 불교조각의 대표적 걸작이 한자리에 모이는 보기 드문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주요 전시는 이밖에 ‘대한제국 황실문화재’(7월 20일~10월 4일), ‘체코 보헤미아 유리공예전’(2월 10일~4월 26일), ‘쇼팽의 고향, 폴란드에서 온 보물’(5월 29일~8월 30일), ‘한국의 신석기문화’(9월 8일~11월 8일) 등이 있다. 보헤미아 유리공예전은 체코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명품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한 잔’(1836년경) 등 유리공예 명품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그림, 조각 등 343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헤미아 지역은 유리공예로 유명하다. ‘폴란드에서 온 보물’ 전시는 폴란드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를 비롯해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폴란드 그림, 조각, 공예 등 347점을 폴란드 내 12개 국립박물관에서 가져와 소개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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