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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동물들의 마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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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동물들의 마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입력
2017.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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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한 동물원에서 갈색 곰이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있다. 이 동물원의 곰들은 약 76㎡정도 되는 공간 속에서 지내고 있다. Thedodo.com
이탈리아의 한 동물원에서 갈색 곰이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있다. 이 동물원의 곰들은 약 76㎡정도 되는 공간 속에서 지내고 있다. Thedodo.com

이탈리아의 한 동물원. 갈색 곰이 우리 속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있습니다. 곰은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속에는 우울하고 절망한 듯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는 이탈리아 동물단체 라브나치오날레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이탈리아 동물원의 실체를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우울해 하는 곰, 동물이 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동물들이 동물원에 강제로 끌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라브나치오날레에서 활동하는 가이아 안젤리니 씨는 법적인 문제 때문에 동물원 이름과 정확한 장소를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콘크리트 바닥 위에 흙이 얕게 깔려 있고 나무 몇 그루, 작은 물웅덩이가 있을 뿐 자연 환경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전혀 볼 수 없었다”며 이곳에서 사육하는 갈색 곰 세 마리의 생활수준은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동물원에서 지내는 사자들 역시 좁은 우리에 갇혀 있다. Thedodo.com
이 동물원에서 지내는 사자들 역시 좁은 우리에 갇혀 있다. Thedodo.com

야생 갈색 곰은 먹이를 찾을 때 160㎞ 이상 이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동물원에서 갈색 곰이 지내는 공간은 실내외 합쳐 약 76㎡ 정도입니다. 가이아 씨는 이 동물원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은 갈색 곰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자, 코끼리, 원숭이, 코뿔소, 조류 등도 거의 자연 환경이 재현되지 않은 공간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본프리파운데이션(Born Free Foundation)도 이 동물원에서는 이탈리아 법률이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동물들이 입장객을 상대로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원 사육사들이 코끼리를 조련하고 있다. Thedodo.com
동물원 사육사들이 코끼리를 조련하고 있다. Thedodo.com

동물원 측은 공연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론 입장객을 늘리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입니다. 가이아 씨는 이 공연에서 동물에 대한 교육효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이 동물원에서 입장객은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으며 몇 가지 조건 하에 동물을 만질 수도 있습니다. 이 동물원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몇몇 동물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원 동물들은 보통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울타리 안에서 왔다 갔다만 반복하고만 있습니다. 벽을 만지기 위해 구석으로 가 울타리 안을 맴도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원 동물들이 보여주는 정형행동입니다. 갈색 곰의 경우 벽을 두드려 사육사의 주의를 끌려고 하는데 이는 먹을 것을 요구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이 갈색 곰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동물단체들은 동물원 동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연대해서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우선 동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야생동물들이 야생에서 살 수 있도록 사육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는 동물을 공연 및 전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신속히 도입하라는 청원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곰이 벽을 치며 사육사의 주의를 끄는 것은 먹이를 요구하는 행동이다. Thedodo.com
곰이 벽을 치며 사육사의 주의를 끄는 것은 먹이를 요구하는 행동이다. Thedodo.com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조차 별 생각 없이 동물원을 찾기도 합니다. 동물원 동물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죽음 이외에는 없습니다. 동물원에 감금된 동물들의 고통과 처지는 좁은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죄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동물원이 사라지는 날을 소망합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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