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3명 무국적 난민 밝혀져
월드컵 결승 초대받고도 못 가
“태국정부, 국적 취득 지원 약속”
48만명 난민 문제 공론화 주목
태국 정부가 무국적 신분으로 확인된 3명의 ‘동굴 기적’ 주인공들에게 시민권 부여를 추진한다. 동굴소년 실종 사건이 태국 내 48만명에 이르는 난민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3일 현지 일간 더 네이션은 “내무부와 아동청년청이 동굴 생존자 13명 중 3명이 ‘무국적 난민’임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국적 취득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서류상 하자가 없을 경우 6개월 이내에 태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국적자 3명은 엑까뽄 찬따웡(25) 코치와 아둔 쌈-온(14), 폰차이 캄루엉(16)군 등 2명의 소년이다. 셋 모두 인접한 미얀마에서 넘어온 난민이다. 엑까뽄 코치는 전직 승려로 명상을 가르쳐 소년들이 심신의 안정을 취하도록 해주고, 음식을 양보하는 등 동굴에 마지막까지 남아 소년들을 돌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웅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구조된 아이들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초대까지 받았지만 해외 여행을 할 수 없는 난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태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국적 부여를 추진하면서 태국 내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난민운동단체 법적지위연대의 산띠퐁 문퐁 대표는 “시민권이 없는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며 “동굴에서 생환한 난민들에 대한 정부의 국적부여 방침이 무국적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역은 메콩강과 산악지대가 만나는 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비옥한 땅에서 재배되는 양귀비 때문에 마약, 인신매매 등의 범죄가 빈발하고, 이로 인한 소수민족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종 열흘 만에 구조대에 발견됐을 당시 영어 통역으로 유명해진 아둔군도 골든 트라이앵글 출신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을 포함해 소수민족 탄압, 내전을 피해 태국으로 들어온 난민이 48만 명에 달한다.
인권ㆍ난민 운동가인 수라뽕 꽁찬뚝은 “국적이 없다는 것은 해외여행은 물론, 교육, 취업 등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뜻”이라며 “국경 지역 사람들의 삶은 국적 문제 해결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세계를 감동시킨 기적의 드라마를 만든 해외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을 극진한 예우하고 있다. 태국 왕실과 정부는 구조작업은 끝났지만 이들이 태국에 더 머물기를 희망할 경우 치앙라이와 수도 방콕을 무료로 여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곧바로 귀국하는 봉사자들에게 앞으로 5년 내 태국을 여행할 수 있는 무료 항공권과 각종 혜택이 포함된 ‘태국 엘리트 카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12일 동굴에서 실종됐던 소년들을 처음 발견한 영국 다이버 존 볼랜던과 동료 제이슨 맬리슨을 접견하고 기념 메달, 티셔츠, 공식 엠블럼이 새겨진 공예품을 선물했다. 재정부 장관과 체육관광부 장관은 볼랜던 등이 런던으로 떠나는 공항에서 환송하면서 초상화 등을 전달했다.
시엠립(캄보디아)=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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