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열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27일 귀국 후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져 집권 3년차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오늘 페루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에게 총리직 사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순방 중이기 때문에 총리가 물러날 경우 국정 공백을 우려해 고민했지만 현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총리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해 21일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 사의 수용 여부를 27일 귀국 이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전 회장은 지난 9일 자살하기 전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밝혔고 10일 공개된 로비 리스트에도 이 총리 이름을 남겼다. 이 총리는 금품 수수를 부인해왔으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압박이 이어지면서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지난 2월 취임 후 2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된다.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 총리에게 늦어도 23일까지 자진사퇴 의사 표명을 요구했다. 당은 이날 서울 관악을 재보선 지원을 위한 현장 선거대책회의에 앞서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친박 주류나 비주류 어느 쪽에서도 이 총리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면서 “시점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27일까지 손 놓고 기다렸다가는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당 지도부의 의중을 전달하는 절차를 밟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판단은 이 총리 실제 사퇴는 박 대통령 귀국 이후에 하더라도 4ㆍ29 재보선 사전투표(24~25일) 전에 이를 기정사실화해야 여론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당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혀 수사 확대를 시사했다. 황 장관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당사자인 8명에 대한 우선적 수사를 촉구하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질의에 대해 "물론 8명에 대한 수사가 일차적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황 장관은 이어 “특정인이 특정인을 찍은 것에 국한해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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