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후보지 거론 불구, 레이더 위험반경 최대 5.5km
880여 세대 전자파 등에 노출, 강제 이주시키기도 정치적 부담
활주로 남쪽 설치 가능하지만 작전 핵심인 항공기 이착륙 불가능
대구ㆍ원주ㆍ왜관 등 다른 지역도 근거리 인구밀도 높아 부적합
미국 조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를 전방위로 밀어붙이자 한국내 여론도 뒤숭숭하다. 미 당국이 이미 사드를 배치할 부지에 대한 현지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평택과 대구, 원주, 왜관 등의 주한미군 기지 어디에 설치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까지 번졌다.
하지만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최적의 장소로 거론되는 평택 미군기지조차 실제로는 부적합한 부지로 나타났다. 사드 레이더의 위험반경 안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수도 있지만 2006년 평택 기지 조성 당시 대추리 사태에 비춰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사드 배치 후보지를 놓고 국내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드 레이더 반경 5.5㎞ 안에 들어가면 위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지난달 여의도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드를 운용하고 있는 미 육군의 교범에 적시된 레이더의 위험반경은 130도 범위로 최대 5.5㎞에 달한다. 레이더로부터 100m안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완전 통제구역(레드존)이다. 레이더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출력 전파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경 2.4㎞까지는 레이더로 인해 전자기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항공기와 각종 장비의 작동과 배치가 금지된다. 또한 레이더로부터 3.6㎞ 안에는 허가 받지 않은 인원의 출입이 차단된다. 훈련 받은 전문가나 레이더 운용에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만 이 구역 안을 지날 수 있다. 아울러 반경 5.5㎞ 안에는 항공기와 전자장비, 폭발 위험이 있는 장비나 전투기를 조종하고 정비하는 인원의 출입이 모두 통제된다. 이 구역 안에 민간 가옥이 위치해 있거나 민간인이 드나들 경우 전자파로 인해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미국은 현재 4개의 사드 포대를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와 괌 앤더슨 기지 등 인적이 없고 황량하거나 바다와 인접한 군 기지에 배치했다. 사드를 도입하기로 계약했거나 도입 예정인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또한 사막지역에 사드 포대를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기지 주변에 880여 세대 아파트 단지
이와 달리 평택 미군기지의 경우 인구 밀집지역과 인접해있다. 기지가 위치한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변을 구글어스로 살펴본 결과, 기지 안에 사선으로 위치한 활주로 위쪽 끝인 안성천 인근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할 경우 881세대가 입주한 안중금곡우림아파트와 불과 4.7㎞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더의 위험반경 안에 포함되는 거리다. 또한 38번 국도가 근처를 지나고, 드문드문 위치한 일반 가옥까지 합하면 주민 수천 명이 레이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드 레이더를 기지 활주로 남쪽에 설치할 수도 있다. 민가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경우 전자파의 위험반경에 걸려 활주로에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없다. 레이더가 360도 전방위로 커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북쪽을 축으로 좌우 일정반경을 주시해야 하는데 바로 코앞에 활주로가 있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작전수행의 핵심인 활주로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평택 미군기지가 그 동안 사드 배치의 최적지로 꼽힌 것은 북한과 중국 양쪽 모두 작전반경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드 레이더(AN/TPY-2)의 작전범위를 120도로 맞출 경우 600㎞까지 탐지 가능하고, 탐지각을 60도로 좁히면 1,800㎞까지 포착할 수 있다. 평택에서 베이징까지 거리(980㎞)를 감안하면 중국을 손바닥처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덩달아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다.
대구, 원주, 왜관 등 평택과 함께 후보지로 거론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기지는 활주로 북쪽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할 경우 불과 3㎞ 안에 인구밀도가 높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또한 원주기지는 1.5㎞, 왜관기지는 1㎞ 거리에 거주지역이 위치해 있어 사드 레이더를 배치하기에 적절치 않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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