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동현 기자

등록 : 2017.06.24 04:40
수정 : 2017.07.01 20:15

[여의도가 궁금해?] 참모들 사랑방 담배 연기에… 위층 대통령 집무실 “꺼달라” 전화

[카톡방담] '탈권위' 청와대 라이프

등록 : 2017.06.24 04:40
수정 : 2017.07.01 20:15

“여민관 2층엔 비서실장, 3층엔 대통령

참모진들 시어머니가 두 분으로

임종설 실장 감금설… 한포진 걸려”

“배우자까지 초청하는 임명식 훈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크게 부는 곳은 무엇보다 청와대다. 박근혜정부 시절 음습한 구중궁궐의 이미지로 비쳤던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을 구현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본관에서 비서동인 여민관으로 옮겨 보좌진과 같은 공간에 머물며 업무를 보고 것 자체가 청와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대통령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면서 보좌진들은 말 못 할 고충도 겪고 있다고 한다. 출범 한 달을 넘긴 청와대의 풍경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을 위한 따뜻한 오찬'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경례하자 허리 숙여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기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고구마와 사이다(이하 사이다)=솔직히 청와대 기자실은 경치 좋은 감옥입니다. ㅎㅎ 삼청동 효자동 주변이어서 경관은 좋긴 한데, 춘추관(기자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꼴이니까. 기자라고 해서 청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지는 못하잖아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예전에는 취재 편의를 위해 청와대 비서동에 한해 시간을 정해 출입할 수 있었죠. 노무현 정부가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하기 이전 얘기죠.

불청=문 대통령이 ‘탈권위’를 강조하고 있잖아요.

사이다=출입은 제한돼 있지만, 비서실장과 각 수석비서관이 그 간극을 채우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끔 아이스크림이나 핫도그 같은 간식을 챙겨와 비공식 간담회를 하는 등 언론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는 점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아요.

청기와집 더부살이(이하 더부살이)=22일엔 간담회를 위해 김정숙 여사가 화채를 손수 준비해 줬습니다. 더위에 지친 기자들을 위해서라네요. 춘추관에서도 이런 자리를 가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간식을 준비해야 하나, 새로운 고민 거리도 생겼다고 합니다.

불청=말 나온 김에 청와대 공간도 많이 바뀌었다던데.

당나귀=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모여있는 여민관으로 옮긴 것부터가 큰 변화겠죠.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는 본관 집무실이 아닌 비서동에서 대통령과 함께 생활한 지 길지 않아서인지 일반 직원들은 복도에서 대통령을 마주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네요.

사이다=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은 본관에 있거든요. 그 분들은 오히려 외롭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당나귀=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좋은 변화지만, 비서동에 근무하는 참모들의 근무여건은 나빠졌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문 부장님’을 머리 위에 지고 살게 됐잖아요. 2층에 비서실장, 그 위인 3층에 대통령집무실이 있어요. 직원들 입장에선 시어머니가 한 분에서 두 분으로 늘어난 셈이죠.

사이다=문 대통령이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바람에, 격무에 쉬고자 했던 임종석 비서실장도 덩달아 못 쉬게 됐다는 얘기가 있었죠. 인터넷 상에서는 임 실장이 퇴근도 못하고 청와대에 갇혀 지낸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임종석 넥타이의 비밀’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모아 비교해 보니 매번 같은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는 겁니다.

불청=임 실장 감금설 ㅎㅎ

사이다=그 일로 비서실 직원들이 혼 났다는 우스개도 들립니다. 넥타이를 바꾸라는 조언을 안 해줘서 그런 오해를 샀다는 거죠. ㅎㅎ

불청=임 실장 대상포진설은 사실인가요?

사이다=대상포진은 아니고 한포진이라고 합니다. 역시 면역력이 저하돼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네요. 지금도 한포진을 달고 산고 합니다. 아직 청와대 인력이 완비 되지 않은 만큼 비서실장에게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다른 수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청=문 대통령이 비서들과 한 공간에서 오래 머물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도 많을 텐데요.

당나귀=담배 연기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여민관에 수석들이 사랑방처럼 쓰는 작은 회의실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수석들이 종종 모여 머리를 식히면서 담배도 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근데 담배를 피고 있으면 위층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화가 온다네요. 담배 연기 올라온다고 ㅎㅎ. 문 대통령은 담배를 끊은 지 오래 됐다고 합니다.

사이다=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찾을 때 인터폰을 주로 이용하는데, 벨이 두 번 울리고도 전화를 안 받으면 비서실장실 직원에게 연결돼 대통령 전화를 받은 직원이 놀란다고 합니다. 무심코 전화를 받았는데 “대통령입니다. 문재인입니다” 하면 아무래도 긴장되지 않을까요?

불청=그럼 담배 끄라고 전화한 것도 문 대통령?

사이다=ㅎㅎ 그건 모르겠어요.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26일 부터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전면개방하기로 했다. 뉴스1

불청=회의도 수첩에 받아 적기 바빴던 분위기와는 달라졌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사이다=대통령이 첫 수석ㆍ보좌관 회의 때 받아 쓰기, 사전 결론, 계급장이 없는, 이른바 3무 회의를 선언했죠.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서 가장 많이 달라진 모습 같은데요.

당나귀=받아 쓰는 사람이 한 사람 있죠, 박수현 대변인입니다. 대통령이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하라고 지시해서 요즘 입술이 부르틀 정도랍니다.

더부살이=임명식도 화제가 됐죠. 장관 등 대상자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초청했어요. 꽃다발을 준비해 배우자에게 선물하는 장면도 문 대통령 지시라고 합니다. 사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배우자의 격려와 지원이 큰 도움이 됐겠죠. 여태껏 배우자가 주목 받은 적은 없었는데, 특히 여성과 주부들이 그 장면을 보고 훈훈함을 느꼈다고 해요.

사이다=대통령이 사진 중심에 서지 않고 부부들을 배려하는 모습도요. 식장의 하객 같은 모습인데,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 같습니다. 대통령도 90도로 인사하는 모습들도요. 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커피를 따라 마시는 모습도 자주 노출되기도 합니다.

불청=그렇죠. 국가유공자가 거수 경례를 하니까 대통령이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죠.

더부살이=시ㆍ도지사와의 간담회 때도 최문순 강원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말을 하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앉아서 해 주셔도 됩니다”라고 해서 화제가 됐죠. 최 지사는 "경호실에서 군기 잡지 않을까 해서"고 답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하지요. 그만큼 이전 정권에 비해서 자유로워진 분위기가 된 거죠.

사이다= 또 다른 변화는 대통령 기념사가 예전처럼 딱딱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에 이어 현충일 추념사까지 호평이 많았잖아요. 예전에는 교장선생님 말씀처럼 뻔한 기념사가 많았는데, 요즘은 일반인들이 더 호응하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더부살이=대통령 기념사에 보ㆍ혁을 아우르는 표현이 많은 것도 눈 여겨 볼만해요.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참전용사를 언급하면서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도 했죠.

사이다=당시 콘셉트는 '보수의 아버지들을 위로해주자'였다고 해요. 그 분들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애국을 통한 진정한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요. 6ㆍ25전쟁 때 나라를 지키신 분들 외에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노력하신 분들도 모두 애국자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분들을 일일이 열거하다 보니 청계천 노동자까지 포함됐는데, 내부 회의에서는 너무 많은 분들이 들어가서 오히려 초점이 흐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대통령이 오케이 했답니다.

불청=변화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이나 평가는 어떤가요.

더부살이=대통령이 탈권위적 모습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면은 긍정적이죠. 지난 정권의 권위주의에 지친 국민들을 달래주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는 평가예요. 하지만 경제와 안보 등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만 기댈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와 소통하고 때론 양보하는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

당나귀=국정운영과 관련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엔 시기가 이른 거 같네요. 아직 내각이 문재인 정부만의 시스템을 완비하진 못했죠. 60일 가까운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었고, 취임 50일도 채 안된 시점이니까요. 최근에는 다소 어수선하고 혼란스런 점이 더 부각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체계를 갖춘 다음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사이다=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인선은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지만 이후 인선에서는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이 하고 있잖아요.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했거든요. 야당 입장에서 보기엔 불만일 수 있죠. 소통도 소통이지만 지금 한미관계 등 현안에 대해서 성과를 보여주는 게 시급한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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