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밤이 되면 물 위로 커다랗게 피어 오르는 꽃이 있다. 열대지역 식물로 잎의 크기가 2m가 넘어, 다 자라면 어린아이가 앉아도 될 정도로 넓게 펼쳐진다. ‘빅토리아연꽃’으로 불리는 큰가시연꽃이다.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과 볼리비아가 원산지고 1836년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가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을 기념해 학명을 지으면서 빅토리아연꽃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이 꽃의 생명은 이틀이다. 첫 날 밤에는 흰색 꽃봉오리가 생기고 다음날은 물속에서 불쑥 솟아올라 붉은색 꽃을 활짝 펼친 후 서서히 가라앉으며 짧은 생을 마감한다. 생명이 다하는 절정의 순간이 가장 화려한데, 펼쳐진 꽃술 모양이 마치 왕관 같아 이 순간을 빅토리아연꽃 대관식이라 부른다.
화려함의 극치에서 서서히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온갖 권력과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생각해 본다. 이 처연한 아름다움은, 여름철 저녁 경기 양평 세미원 정원에서 밤 10시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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