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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피우세요” 유혹하는 흡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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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피우세요” 유혹하는 흡연방

입력
2016.0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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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 불만 파고든 틈새 업종

식품자판기영업으로 허가 받아

앉아서 흡연 가능한 무인 카페

“냄새ㆍ연기 완벽 처리면 괜찮다”

“정부 금연정책과 앞뒤 안 맞아”

찬반 여론 속 줄줄이 개점 예정

3일 경기 용인시의 한 사립대 건물에 있는 '스모킹 카페(흡연방)'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이 스모킹 카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3일 경기 용인시의 한 사립대 건물에 있는 '스모킹 카페(흡연방)'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이 스모킹 카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3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사립대 인근 건물 2층.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자동판매기에서 뽑은 음료와 먹을거리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자리에 앉아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광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대형 환기장치가 있어 담배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이 곳은 합법적으로 실내 흡연이 허용되는 이른바 ‘스모킹 카페(흡연방)’. 건물 내 흡연이 불법이란 우리사회 상식에서 벗어난 공간이다. 흡연 10년째인 서모(36)씨는 “이제 담배도 돈을 지불해야 맘껏 피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씁쓸히 웃었다.

흡연족이라면 으레 새해 목표 1순위로 ‘금연’을 꼽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작심삼일’로 끝날 만큼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갈수록 강화되는 금연정책은 흡연족을 더욱 옥죄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음식점과 소규모 호프집, 카페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대로변, 공원, 지하철 출구 등의 공간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애연가들은 늘어나는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꺼내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애연가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생겨난 신업태가 바로 ‘흡연방’이다.

지난해 10월 용인에 첫 선을 보인 흡연방에선 앉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배도 피울 수 있다. 흡연방이 보편화한 일본의 경우 1인당 3,000~5,000원 정도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이곳은 별도의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음료나 과자 등을 서빙이 아닌 자판기에서 구매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마저도 강제하지는 않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흡연이 가능한 일종의 무인 카페라고 보면 된다. 흡연방 운영자 심광현(38)씨는 “처음에는 진짜 실내에서 끽연할 수 있는지 재차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구청과 보건소에서 적법 허가를 받아냈다”며 “입소문이 퍼져 요즘엔 하루 50명 이상이 가게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실내 흡연이 가능한 것은 흡연방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휴게음식점에 흡연실 설치를 허용하면서 의자와 탁자와 같은 영업 설비는 구비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흡연실이라도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인 셈이다. 이와 달리 식품자동판매기영업은 휴게음식점에서 빠져 금연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법리상 영업장 전체를 흡연실로 운영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입법미비를 이용한 흡연방 설치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흡연실 자판기 운영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합법적 흡연 공간의 등장에 찬반 여론은 분분하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지 않아 오히려 환영하는 비흡연자들도 적지 않다. 애연가 아버지를 둔 탓에 담배를 혐오한다는 김모(26ㆍ여)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게 담배 냄새와 연기를 완벽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권장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흡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에 반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회사원 정모(32)씨는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편법으로 실내 흡연 허가를 내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흡연방 사업을 처음 선보인 황기주(45) 윈윈코리아 대표는 “흡연방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흡연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인천에 2호점이 곧 문을 열고 서울 여의도와 강남, 신촌 등 번화가에서도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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