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했다면 해명 기회도 안 주나, 아무것도 없이 위에서 그냥 덮어
조사는 법령에 나온 대로 일한 것, 문고리 3인방과는 공감대 없어"
장경욱(57ㆍ육사36기) 전 기무사령관은 3일 “내가 군에서 잘린 건 거기(박지만)와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괘씸죄를) 뒤집어 쓰고 솎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전 사령관은 3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군인들이 바깥에 줄을 대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군내 만연한 파워게임의 단면을 전하기도 했다.
장 전 사령관은 임명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돌연 경질됐다. 이임식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도망치듯 기무사를 떠났다. 후임으로 박지만 EG회장과 중앙고, 육사37기 동기인 이재수 3군사 부사령관이 전격 발탁됐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해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최근 ‘정윤회 문건’ 파문이 번지면서 장 전 사령관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당시 기무사가 박 회장과 가까운 군 인사들의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하자 박 회장 측이 반발하면서 장 전 사령관이 밀려났다는 구도에서다. 특히 장 전 사령관 후임인 이재수 전 사령관 마저 지난 10월 전격 교체돼 3군사로 이동하면서 인사 배경을 둘러싸고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과 국방부 주변에서는 문건 파문을 계기로 박 회장과 정윤회씨의 막후 권력투쟁 구도에서 연이은 기무사령관의 드라마틱한 인사를 풀이하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충돌도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_최근 논란을 정 씨와 박 회장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도 보면 저 꼭대기에서는 잘 모른다. 그 밑에서 서로 나눠먹기 하지 않나. 하여튼 나쁜 사람들이다. 검찰이 한계가 있겠지만 뭔가 나올 거다. 근데 정권이 어디 오래 가나. 현 시점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_박 회장과 친구인 이 사령관을 뒷조사해서 경질됐다는 얘기가 많다.
“다 연결돼 있다. 지금 육사37기들이 군에서 도약하고 있지 않나. 중장이 7, 8명 된다. 하여튼 뭐 짐작하시는 대로라고 본다. 더 구체적인 것은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다.”
_파워게임에서 박지만 측이 밀리고 있는 것인가.
“깨질 수가 없다. 아직 많이 살아있지 않나.”
장 전 사령관은 자신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 억울하게 당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그는 “법령에도 적혀 있는 일을 하는데 정치적 유불리를 적용해 뒤집어 씌우고 솎아낸다면 누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군내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데 대한 원한이 적지 않은 듯했다.
_느닷없이 경질됐다. 그럼 피해자 아닌가.
“당연하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내가 못할 짓을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ㆍ후배들에게 떳떳하다. 당연히 할 일을 했다. 만약에 내가 잘못해서 잘랐다면 그것에 대한 해명이나 소명 기회를 주든지 조사를 해야 하는데 전혀 없다. 국방부나 청와대나 마찬가지다.”
_위에서 사건을 덮었다고 보나.
“그렇다. (내게 기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대대장이나 중대장 급 인사도 이러진 않는다. 논리와 근거가 있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_왜 경질됐다고 보나.
“기무사가 군인들의 행실을 보는 건 당연한 임무다. 거기(박지만)와 가까운 측근들이 있다. 지금 말하긴 그렇다. 그 녀석들 하는 행태하고는….”
_측근은 박지만의 육사37기 동기들을 말하는 것인가.
“후배도 있고 37기 동기도 있다. 그런 행태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기 때문에 우리 군의 리더십과 군인관이 다 무너졌다. 직속상관에 대한 충성보다는 다들 바깥에 줄을 대려고 기웃기웃한다.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_기무사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가.
“군 인사를 검증할 책임이 기무사에 있다. 법령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자신의 유ㆍ불리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것을 뒤집어 씌워서 솎아내는 식이 된다면 어느 누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겠나.”
_조사과정에서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공감대가 있었나.
“그것과는 관련 없다. 누가 뭐래도 내가 옳다고 생각한대로, 법령에 나온대로 일을 한 것뿐이다.”
_조사결과에 대해 청와대에서 언급이 있지 않았나.
“그걸 보는 시각에 따라 자기들의 입장에서 권력의 구조와 구도 측면에서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