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학 설명하기 위해 빵까지 동원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상태의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영국인 고체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은 4일 데이비드 사우리스(82)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던컨 홀데인(65)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터리츠(74) 브라운대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제지간인 사우리스 교수와 코스터리츠 교수는 위상수학(位相數學ㆍTopology)의 개념을 처음으로 물질에 적용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손잡이가 있는 머그잔과 도넛은 위상학적으로는 같다고 얘기한다. 둘 다 구멍이 뚫려 있어서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1970년대 초 2차원에서 물질의 위상이 바뀔 수 있다(위상학적 상 전이)는 논문을 함께 발표했다. 예를 들어 판 모양 물질의 표면에 전류가 흐른다고 가정했을 때 판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해도 표면은 변함이 없지만 특별한 조건을 가할 경우 내부 상태는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기존 과학계 상식을 뒤집은 것이다. 홀데인 교수는 80년대 초 이 같은 위상학적 상 전이 현상이 1차원 물질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극히 개념적이고 이론적이어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위상학을 설명하기 위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빵까지 동원했다. 수상자 발표를 맡은 노벨위원회의 이론물리학자 토르스 한스 한손은 “위상학 개념에 대해 대중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내 점심을 가져왔다”는 농담을 건네며 빵을 꺼내들어 원리를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선 물질 안팎의 성질이 서로 다르게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고체물리학 분야에선 30~40년 전부터 이런 현상을 연구해왔다. 첨단 기술을 구현할 미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내부는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인데 표면은 금속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몇몇 화합물이 ‘위상 절연체’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팎의 특성이 반도체로 동일한 실리콘이 정보 저장 속도와 용량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전자공학 분야에서는 위상 절연체를 차세대 소재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사우리스 교수와 홀데인 교수는 물리학계에서 10여년 전부터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계속해서 지목돼왔다”며 “코스터리츠 교수 역시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만큼 세 사람의 수상에 국제학계에서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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