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설악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올 가을 멋진 곳으로 단풍 구경을 떠나려 합니다. 언제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너무 북적거리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단풍을 맞고 싶어요. 단풍 코스 부탁 드립니다.
지난 여름 폭염ㆍ가뭄에 올 단풍 큰 기대 못해도
물 많은 산, 일교차 큰 곳 찾아가면 볼만
10월 7~23일 강원 북부지역 단풍 절정
연가리골, 광치계곡, 구룡령, 두로령, 마장터 옛길 추천
(답변)
기상청 발표를 보면 설악산의 첫단풍이 9월 29일부터 시작됐다고 하네요. 첫 단풍은 그 단풍이 든 산에 정상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절정시기는 산의 하단 부분까지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의 단풍 절정 시기는 설악산이 10월 20일, 치악산 10월 27일, 월악산 10월 28일, 지리산 10월 25일, 내장산 11월 9일, 마지막으로 한라산은 11월 3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꼭 그 날이 절정은 아니겠지만, 예상 절정일 앞뒤 일주일 정도가 단풍이 가장 예쁠 때로 보고 여행을 준비하세요.
여기서 한번 더 체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해 여름에 비가 적당히 와야 하며, 초가을에 일교차가 커야 아름다운 단풍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올 여름은 무더위가 기록적으로 길게 이뤄졌고 거기에 가뭄까지 이어졌으니….
그렇다고 실망하면 이릅니다. 단풍의 전반적인 조건이 나쁘더라도 산 자체에 물이 많은 곳, 일교차가 큰 곳을 찾아가면 됩니다.
시기별로 10월 7일에서 23일까지 여행계획을 세운다면 설악산과 오대산 쪽이 좋습니다. 속초, 양양, 인제, 양구 등이 절정에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악산은 단풍철 가장 사람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설악동, 남설악 주전골~오색약수, 백담사 등 설악산 자락엔 유독 많은 이들로 붐빌 것입니다. 오대산은 월정사, 상원사 쪽이 일반적으로 단풍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올 해처럼 가물어도 단풍이 예쁘고 사람이 붐비지 않을 곳은 어디일까요?
비교적 덜 붐비며 예쁜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드리자면, 강원 인제의 연가리골,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구룡령 옛길, 양구와 인제를 연결하는 광치령 계곡길, 진부와 홍천을 연결하는 오대산의 두로령 옛길, 마지막으로 인제와 속초를 연결하는 마장터 옛길을 추천합니다.
인제 연가리골
인제의 연가리골은 3둔4가리 중 한 곳입니다. 3둔4가리는 강원도 인제와 홍천에 있는 곳으로써 3개(물, 불, 전쟁)의 난을 피할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둔이란 말은 산속이나 언덕에 3개의 난을 피하며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살둔, 달둘, 월둔이 있습니다. 가리는 계곡 쪽을 말하고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의 4개의 가리가 있습니다.
그 중에 인제 현리 진동리에 있는 연가리를 추천해드립니다. 예전엔 입구 찾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연가리 계곡의 특징은 계곡의 물이 많고 크고 작은 폭포가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골짜기라 일교차가 큰 곳입니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해 한적할 수도 있습니다. 계속 계곡을 따라가면 안되고 원점회귀 해야 합니다.
홍천-양양 구룡령 옛길
다음은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구룡령옛길입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옛길입니다. 구룡령은 오대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큰 고개이며, 백두대간의 주 능선길이기도 합니다. 차로 구룡령의 옛 휴게소에 주차를 한 후 백두대간 종주길을 이용하면 됩니다. 계단을 5분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쉬운 길 입니다. 내려오는 중간은 수백년 된 금강송들 사이를 지납니다.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보면 시원한 느낌마저 듭니다. 걷는데 총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원점회귀가 아니기 때문에 하산해 차 있는 곳까지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럿일 경우 택시를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양구 광치계곡
양구와 인제를 연결하는 광치령이란 고갯길 안쪽에 있는 광치계곡도 추천합니다. 양구의 대암산줄기에 위치한 골짜기는 물이 많고, 길이 험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수종들이 다양하고 깊은 골짜기라 단풍색도 예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으며, 계곡 끝자락의 옹녀폭포라고 거센 물줄기가 내리치는 폭포까지 가면 됩니다. 원점회귀 코스로 하시는게 낫습니다. 걷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곡으로만 다녀 올 수 있습니다. 걷기를 좋아하신다면, 옹녀폭포를 지나 솔봉삼거리에서 생태식물원까지 걸어가시면 더욱 더 좋습니다. 총 걷는 시간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오대산 두로령 옛길
오대산의 두로령옛길은 아주 긴 길입니다. 오대산 상원사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홍천 내면 탐방지원센터까지 총 16.5km의 길입니다. 한 7시간 정도 걸리지만, 거리와 시간이 길지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글 초반에 말했듯이 상원사에 차가 붐빈다면 홍천 내면 명개리에서부터 시작을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호젓한 산길과 단풍 그리고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사색도 하기에 가장 좋은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도시락도 먹고 돗자리를 깔아 삼사십분정도 산에서 낮잠도 자며 설렁설렁 걸어가기에 최고인 곳입니다.
인제-속초 마장터 옛길
마지막으로 인제와 속초를 연결하는 마장터 옛길입니다. 인제군 북명 용대리의 창암이란 곳에서부터 계곡을 건너 걷기 시작하셔야 합니다. 계곡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데 용대리에 매바위 인공폭포가 있습니다. 미시령터널로 가는 길로 가면 안되고 옆길(옛길)로 가야 합니다. 폭포를 지나 박달나무쉼터가 있는데 거기에 차를 주차하시면 됩니다. 하천에 돌다리를 건너면 길이 보입니다. 계곡의 길이는 약 3㎞ 정도 됩니다. 마장터는 옛날에 이 고개가 너무 험하다 보니 고개를 넘다 말을 쉬게 했던 말정거장이란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길은 험하지 않으며, 마장터에는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그 곳까지 가는데 약 걸어서 약 2시간이 채 안되는 길입니다. 마장터를 지나 대간령까지는 2㎞이며, 대간령에서 산 넘어인 도원리까지는 약 6㎞ 정도입니다. 가벼운 단풍 트레킹을 하실려면 대간령까지 약 5킬로 정도 걸어도 좋습니다. 깊은 골짜기에 사람 없는 곳을 유유히 걸으며 옛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다음엔 치악산 월악산 속리산의 숨은 단풍명소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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