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영식
주필

등록 : 2017.03.23 18:15
수정 : 2017.03.23 18:41

[황영식의 세상만사] ‘중국 리스크’가 분명해졌다

등록 : 2017.03.23 18:15
수정 : 2017.03.23 18:41

우리만 무심했던 정치 체제의 이질성

반한(反韓) 애국심 선동은 한계 있어

안보이익 해친다는 주장도 곳곳 구멍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집요하고도 교묘하다. 소방ㆍ위생 점검을 통한 영업정지 조치로 롯데마트 99개 지점 대부분이 휴업에 들어갔고, 실질적 관광객 모집 금지 등으로 방한 단체관광객의 발길을 끊었다.

통관지연이나 계약보류ㆍ파기 등 활용 가능한 비관세장벽을 총동원할 태세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직접 제재에 나서는 모양은 애써 회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한국 정부의 법적 대응을 제약하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의 비명을 고리로 한국 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부추기려는 중국의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중국이 얼마나 완강하게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지를 한국민의 뇌리에 심었다. 야권 대선 주자 상당수가 ‘집권 후 미국과의 사드 재협상’을 국민에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내 관련 업계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여론이 커진 만큼 중국의 행태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무엇보다 정권의 뜻대로 언제든 ‘애국심 선동’이 가능한 중국의 체제 속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깊어졌다. 평화로운 촛불시위로 헌법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을 쫓아내고 민주주의를 꽃피운 참이어서 이질감이 더하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까지 우리처럼 공산주의 중국의 실체에 무심했던 국민도 드물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공산당 독재라는 체제 특성에 주목해 ‘중국 위협론’을 거론해 왔다. 개인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만난 일본의 각계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예외 없이 ‘중국 리스크’를 환기했다. 그때마다 한일 양국의 정치ㆍ경제적 지위의 차이, 역사 경험의 차이 등을 들어 오히려 일본의 대중 경계심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다가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군도 영유권 갈등 당시 중국의 ‘애국심 선동’ 실태를 목도하면서 일본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이번 사드 보복으로 그런 생각이 한결 굳어졌다. 이웃나라로서 어지간하면 사이 좋게 지내야지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치를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 우호관계의 한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 중국의 제재나 반한 선동은 2012년 반일 선동 당시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다. 당시 도요타나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 현지 공장들이 방화나 폭력적 파괴행위에 시달리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도요타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국인까지 폭행할 정도였다. 일본과 달리 한국과는 근대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크지 않아서일 수 있다.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추상적 이유만으로 폭발적 ‘반한 애국심’을 선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사드 반대 논리 자체가 중국 지식층 내부의 비판이 따를 정도로 부실하다. 반대주장의 핵심인 ‘사드레이더의 위협’이 좋은 예다.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레이더의 탐지범위가 중국이 제기한 우려처럼 꼭 600㎞로 한정되리란 보장이 없다고 치자. 지난해 대중 국경지역에 러시아가 탐지범위 5,000㎞의 첨단레이더를 배치한 ‘현존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더니, ‘미래의 잠재적 위협’인 사드 배치에 이리 난리를 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등의 지적이다. 냉전 시대에도 군사긴장을 빚은 바 있는 러시아지만, 이제는 미국과 달리 안보위협이 아니라는 뜻일까. 그래서 미국에만은 중국의 전략자산을 최대한 감추어야겠다면, 사드 보복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마땅하다. 미국과 직접 부딪치는 것을 피해 ‘약한 곳’인 한국만 괴롭히려는 것이라면, 나름대로 현실적 선택일 수는 있어도 굴기(屈起)하는 대국의 품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눈을 감은 채 한국 나름의 대응책인 사드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균형감각 상실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중국 리스크’는 분명해졌다. 체제와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한 이 위험의 회피는 중국 지도층의 양식에 기대기 어렵다. 독자적 회피책을 찾는 데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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