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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신태용, ‘팔색조’ 오소리오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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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신태용, ‘팔색조’ 오소리오 잡아라

입력
2018.06.2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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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깬 멕시코 감독 오소리오 경기마다 포메이션 ‘변화무쌍’ 늘 수첩 들고 전술 연구 ‘교수’ 별명 한국전서 강한 압박 펼칠 가능성
멕시코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지난 18일 독일전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멕시코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지난 18일 독일전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2014년 6월 30일은 한국 축구 ‘치욕의 날’이다.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홍명보호는 공항에서 ‘꽃’ 대신 ‘엿 세례’를 받았다. 대표팀이 이런 수모를 당한 건 6월 23일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 참패(2-4)가 결정타였다.

알제리와 경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고 알제리는 벨기에에 1–2로 졌다. 홍명보호는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삼겠다며 기세 등등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알제리는 벨기에전 선발 명단에서 5명을 교체해 한국전에 나섰다. 전술 변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한국은 우왕좌왕했고 전반에 12개의 슈팅을 허용하며 3골을 내주는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못 때렸다. 영국 BBC는 ‘어른과 아이의 경기였다’고 혹평했다. 당시 ‘깜짝 전술’로 한국을 무너뜨린 알제리 사령탑은 얼마 전 일본대표팀에서 불명예 퇴진한 ‘사막의 여우’ 바히드 할릴호지치(66) 감독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독일을 만나 경기를 지휘 중인 당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 브라질=AP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독일을 만나 경기를 지휘 중인 당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 브라질=AP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또 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신태용(49) 대표팀 감독이 ‘올인’을 선언했던 18일(한국시간) 스웨덴과 F조 1차전에서 한국은 0-1로 무릎을 꿇었다. 멕시코와 2차전(6월 24일 0시 로스토프 아레나)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4년 전 악몽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0으로 잡으며 파란을 일으킨 멕시코는 콜롬비아 출신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15년 10월부터 멕시코를 맡은 그는 ‘공부하는 지도자’다. 경기마다 포메이션을 달리하는 ‘팔색조 전술’로 유명하다. 영국 가디언은 “오소리오 감독이 멕시코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전까지) 48경기를 치렀는데 48경기 모두 포메이션이 모두 달랐다”고 전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경기 당일 상대 팀 선발 명단을 보고 즉석에서 포메이션을 바꿀 수 있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경기 중 관찰 내용을 늘 기록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수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교수’라 불린다. 이 수첩은 멕시코의 강한 전술을 상징하는 물건이 됐다. 그는 1주일에 15경기를 보고 모니터링을 할 때는 전술이나 패스 패턴 등을 서로 다른 색깔 펜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멕시코를 비롯해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브라질 리그까지 정통하다. 외신들은 멕시코-독일전에서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분주히 오간 오소리오 감독과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낸 요아힘 뢰브(58) 독일 감독을 비교하기도 했다.

카를로스(오른쪽) 감독과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가 독일전에서 승리한 뒤 손을 맞잡으며 웃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카를로스(오른쪽) 감독과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가 독일전에서 승리한 뒤 손을 맞잡으며 웃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독일전 때와 또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대표팀 오른쪽 주전 공격수 미겔 라윤(30ㆍ세비야)은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소리오 감독은 독일전 승리 직후 한국전 준비에 나섰다. 이미 전술과 계획을 모두 짠 상태”라며 “그는 항상 다른 길을 생각해내는 천재 같다. 한국전에서도 최고의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독일전에서는 수비 라인을 내려 다소 조심스런 경기 운영을 했다. 반면 한국전에서는 라인을 크게 올린 뒤 강한 압박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스웨덴전과 마찬가지로 수비를 단단히 해서 무실점으로 버틴 뒤 역습 한 방을 노려야 한다.

박지성 위원은 “멕시코의 강한 압박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1차 관건이다. 상대가 압박을 하면 뒷공간은 당연히 엷어지게 돼 있다. 손흥민이나 황희찬 같은 빠른 공격수들이 그 공간으로 침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전에서 드러난 무딘 역습으로 멕시코 골문을 열기는 역부족이다. 박 위원은 “손흥민과 황희찬이 2~3차례 스웨덴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결국 골은 가운데서 터진다. 가운데서 똑같은 스피드로 올라와 주는 다른 선수가 없어 아쉬웠다”며 “멕시코전 역시 우리가 경기 내용에서는 밀릴 것이다. 중요한 건 골을 먹지 않으면서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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