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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그래서 진경준 우병우는 개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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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그래서 진경준 우병우는 개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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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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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동아 2010년 4월호에는 눈길을 끄는 특종기사가 실렸다. ‘김재철 MBC 사장, 큰 집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가감 없이 전달한 기사였다. 기사에는 정권의 방송사 장악 의혹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서 정부와 MBC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기사에 거명된 당사자들 및 여당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재철 사장은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취재기자를 형사고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김 이사장은 언론의 확인 요청을 거부하고 해외로 나가 버렸다. 기자 출신인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일개 잡지기사”라며 기사 가치를 폄하했으며, 최구식 의원은 “정식 인터뷰 기사가 아닌 것 같다”는 주장까지 했다. 당사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워낙 심하다 보니 해당 언론사까지 기사 내용에 의구심을 품고 보도 경위를 조사했다.

사실 확인 결과 취재기자는 정식으로 김 이사장을 인터뷰 했으며, 이를 그대로 기사에 옮겼을 뿐이었다. 김 이사장과의 두 차례 만남을 취재기자가 모두 녹음한 덕에 특종기사의 실체가 확인됐고 논란은 며칠 뒤 가라앉았다. 떠들썩했던 당시 장면을 돌이켜 보면 녹음파일이 제시되지 않았다면 취재기자는 특종을 보도하고도 난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 이처럼 진실보도를 해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나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면 기자는 역공을 당하기 십상이다. 당사자들이 보도 내용을 무조건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가 거물급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현장 취재 경험이 풍부한 기자들은 경험적으로 터득하는 방어막이 있다. 상대가 거짓말 할 것에 대비해 이를 반박할 결정적 후속보도를 준비하는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강남 부동산 거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지난달 18일 조선일보에 보도됐다. 정권 실세와 관련한 내용이라 관심을 끌었고 사실이라면 파장이 큰 사안이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그 동안 수면 아래 있던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가 잇따라 쏟아지며 전선이 확대됐다. 가족회사를 통한 탈세와 횡령 의혹, 처가의 농지법 위반 의혹, 아들의 병역 특혜근무 논란, 처제의 국적변경 사실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 수석이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면 충분히 낙마 사유가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이처럼 우 수석을 둘러싼 다양한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보도의 물꼬를 튼 강남 부동산 거래의 이면에 대해선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아직 없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최근 관련 보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언론계 선배가 물었다. “그래서 진경준이랑 우병우가 땅 거래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건가.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기사는 없던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네.” 그 선배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땅 거래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은 분명 있지만, 넥슨 측 설명을 들어보면 수긍할 만한 사실도 적지 않다. 결국 진 검사장이 우 수석과 김정주 넥슨 회장을 연결해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정황이 제시돼야만 한다. 또는 우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해 넥슨이 불필요한 부동산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첫 보도 이후 3주가 지나도록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말 맞추기로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언론이 논란을 잠재울 결정적인 후속 보도를 하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 비판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도 비판은 제대로 하는 것, 그게 언론의 역할이다. 제3자의 증언이든 녹음파일이든 내부문건이든, 우 수석을 옴짝달싹 못하게 할 ‘히든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결정적 한 방이 없었기에 우 수석이 공직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숱한 의혹 제기와 흠결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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