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 개정법 시행 사흘전
스스로 판매 중단 조치 나서
과징금 500억원 부담 줄여
소비자 실망 이미 극에 달해
국내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서류 조작으로 불법 인증 받은 폭스바겐 차종들에 대해 정부가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을 확정하고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폭스바겐은 처벌 강화 며칠 전에 판매를 자진 중단하는 방식으로 500억원의 과징금 추가 부담을 회피했다. 세계 판매1위 자동차그룹의 불법 행위와 꼼수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사실상 국내시장에서 퇴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환경부는 2일 소음 및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이 드러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32개 차종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배출가스 성적서를 조작한 24개 차종에 대해서는 과징금 178억원이 부과됐다. 인증이 취소된 차들은 골프(Golf) GTD BMT 등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판매된 8만3,000대다.
정부는 신차 판매가 중단되는 것일 뿐 인증 취소 차량이라고 해서 이미 판매된 차들의 운행이 금지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다만 문제 차들을 빠른 시일 내에 검사하고, 배출가스 기준 초과 등 결함이 발견되면 리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정 처분의 핵심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의 적용 여부였다. 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한 차량에 대해 차종당 과징금 상한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게 개정된 법의 골자. 상한 범위 내에서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 개정된 법을 적용하면 폭스바겐은 680억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개정법 시행 사흘 전인 25일 해당 차량의 판매를 스스로 중단하면서 과징금은 기존 법의 적용을 받아 178억원으로 정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과거 범행을 새 법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이 판매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판매를 재개하는 경우가 그렇다. 홍동곤 과장은 “만약 판매 재개 이후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지난달 28일 이후 판매된 차량은 물론, 법원의 판례를 봤을 때 과거에 팔린 8만3,000대에 대해서 소급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은 가처분 신청 카드를 함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며 “현재로서는 조속히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재인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광장을 법무대리인으로 선임해 환경부에 대응해 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시장의 중요도나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퇴출을 막으려 애쓰겠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실망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파격적인 할인 정책도 먹히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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