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지속돼 40~50대 B형 간염 환자 급증
간경변증ㆍ간암 악화…만성 B형 간염 환자, 금주ㆍ금연 필수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간질환을 일으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인간 간세포에 몰래 침입해 간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어 간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국내 B형 간염 감염률은 1980년대 초 남성 8~9%, 여성 5~6%였지만 1983년 B형 간염 백신이 국내에 도입돼 1991년 신생아 예방접종과 1995년 국가예방접종이 실시되면서 감염률이 떨어졌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B형 간염 감염률은 남성 3.2%, 여자는 2.7%에 불과하다.
감염률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전문의들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간경변증 환자의 70%, 간세포암종 환자의 65~75%가 B형 간염 환자이기 때문이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B형 간염 환자의 60%는 40~50대이다.
40~50대 B형 간염 환자의 급증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수직 감염’을 꼽았다. 수직 감염이란 B형 간염에 걸린 임신부가 출산과정에서 신생아에게 이를 감염시키는 것이다. 신생아 때 엄마로부터 B형 간염에 감염되면 간기능검사에도 감염 사실을 알 수 없다. 박지원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감염 초기에는 혈중 바이러스가 매우 높지만, 증식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거의 없어 간기능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간 조직에 염증이 없거나 경미해 질환을 의심할 수 없는 ‘면역 관용기’가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의 면역 관용기 B형 간염 환자는 성인이 된 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생긴다. 성인이 된 후 간기능검사를 통해 B형 간염 감염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면역 관용기가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어 30대부터 B형 간염 환자가 증가해 40~50대 환자 발생이 절정에 이른다. 면역 관용기 B형 간염 환자는 결과적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장기간 노출돼 위험하다. 박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는 몸의 면역세포에 의해 파괴되면서 만성 간염, 간경변증이 생기고, 간세포암종으로까지 악화한다”고 말했다.
급성 B형 간염은 대증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만성 B형 간염은 경구 항바이러스제와 페그인터페론 알파주사제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금주ㆍ금연을 생활화하고, 비만 시 체중관리를 위해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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