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제가 조카 문재인입니다.”
14년 전인 2004년 여름, 북한 금강산에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문 대통령 곁엔 어머니 강한옥(당시 77세)씨와 태어나 처음 만나는 북한의 막내이모 강병옥(당시 55세)씨가 손수건으로 바쁘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2일 1회차 만남 마지막 날을 맞이한 가운데, 실향민 출신인 문 대통령이 과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모가 북한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은 2004년 7월 11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막내이모 강병옥씨와 첫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짧은 상봉시간에 아쉬움을 나타냈었다. 그는 만남 첫날 단체 상봉을 마친 뒤 “이렇게 100명씩 찔끔찔끔 만나야 하는 것이 너무 감질이 난다”며 “이산가족 면회소가 시급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5일(2004년7월11일~16일)간 12시간에 걸쳐 진행된 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남측에서 471명, 북측에서 100명이 상봉단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작별상봉 뒤에도 “너무 (시간이) 짧다. 헤어진 뒤에 편지라도 교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집권 후 처음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저 역시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 그 슬픔과 안타까움을 깊이 공감한다”며 향후 상봉 범위를 확대하고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번 상봉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2박 3일간 6번의 행사를 통해 12시간 동안 만남을 갖는다. 남측에선 89명, 북측에선 83명이 참석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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