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시사 제호프 내무장관직 유지키로
독일 대연정 내 ‘난민 강경파’로 기독사회당(CSU)을 이끄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수시간의 논의 끝에 당 대표직과 장관직 사임 의사를 2일(현지시간) 철회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려됐던 대연정 붕괴는 막았지만 제호퍼 장관의 난민 정책에 타협함으로써 크게 약화된 그의 정치적 입지를 드러낸 셈이 됐다.
이날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유럽연합(EU)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을 독일 국경에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제호퍼 장관의 주장에 합의했다. 따라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환승센터(transit centers)를 세워 난민이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되돌려 보낸다는 게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해당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오스트리아로 보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가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전날 당 대표직과 장관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혔던 제호퍼 장관은 사임 의사를 거둬들였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CSU의 연합이 분열할 위기가 일시적으로 봉합됐다. 메르켈 총리는 성명을 통해 “힘든 투쟁과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 얻은 좋은 타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난민포용책에서 후퇴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이민자에 등을 돌리는 유럽 극우 부상을 막는 방벽 역할을 해 왔다”며 “총리로서 그의 노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토마스 클라이네-브로코프 베를린 사무소장은 “메르켈의 정치적 자산이 고갈되고 있다”며 “우리는 완연히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에 접어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기민당과 기사당 간 갈등 관계를 통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는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 온 AfD의 반난민 정서가 주류 정치판에서도 공론화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자유대 닐스 디더리히 교수는 대연정 붕괴 위기를 촉발시킨 CSU의 위협은 10월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극우당 AfD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당은 합의 내용과 관련해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SPD)의 승인을 얻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 SPD는 난민환승센터 개념에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타협안을 거부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드레아 날레스 SPD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도주의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이민 정책도 원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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